지난 75년 6월 27일 파리 중심 팡테옹 신전 근처의 툴리에 거리에서
베네수엘라 출신의 한 남자에게 접근한 프랑스 국토감찰국(DST) 요원
2명이 상대의 저격을 받고 쓰러졌다. 냉전시대 '쟈칼'이라는 별명으로
악명을 떨친 테러리스트 일리치 라미네즈 산체스가 그였다.

국민들은 이때서야 비로소 DST라는 생경한 이름을 듣는다. 국토감찰
국이 무엇을 하는 곳인지, 그 본부가 15구에 있다는 것을 아는 사람도
드물다.

프랑스의 정보기관은 본연의 임무를 비공개 비밀주의 원칙으로 집행
한다는 의미에서 "고전적"이다. 수면 위로 드러나는 공개적 대외접촉이
전혀 없으며, 요원을 공개 모집하지도 않는다.

프랑스의 정보업무는 형식상 국내와 해외가 구별돼 있다. 국내 방첩
보안은 내무부 산하의 DST가 맡고, 해외정보수집과 공작은 국방부 산하
의 대외보안총국(DGSE)이 전담한다. 직원수는 DST가 1천여명, DGSE가
7천여명 쯤으로 알려져 있다.

영국의 정보기관도 국내 방첩업무를 담당하는 MI-5와 해외 정보를
담당하는 MI-6로 나뉜다. 따라서 007영화에 등장하는 제임스 본드는 MI-
6소속이다. 당초 육군성에 소속돼있었던 MI-5와 MI-6는 현재 각각 내무
성과 외무성 소속으로 바뀌었으며 정식 명칭도 SS, SIS로 변경된 것으
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들 기관의 실체에 대해서는 거의 알려진 바가 없다. 심지
어 이들 정보기관의 설치근거법조차 없을 정도여서 예산이 공개되지 않
는 것은 물론 의회에 소환되거나 증언하는 경우도 없다. 영국 정부는
설치근거법이 없다는 이유로 이들 기관의 존재 자체를 공식 시인하지
않다가 몇년전에야 겨우 책임자의 사진과 이름만을 공개했다.

(파리=김광일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