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풍사건 수사는 권영해 전 안기부장의 자살기도로 또 다른 파장을
낳고 있지만, 실체적 진실과 관련한 의문점들은 여전히 남아있다.

여권과 사직당국이 북풍의 배후 책임자로 지목중인 권 전 부장과
관련돼 풀어야 할 의문점은 크게 세 가지이다.

먼저 권 전 부장을 '구속 대기' 상태로까지 몰고간 원인이 된 재미
교포 윤홍준씨 기자회견 건. 검찰은 권 전 부장이 윤씨에게 거액의 자
금을 제공한 사실을 확인했고 권 전 부장도 이를 시인한 것으로 알려
졌다.문제는 동기 부분. 검찰은 권 전 부장이 윤씨의 회견 내용 중 일
부가 사실이 아님을 알고도 회견을 하도록 했음을 "사실상 시인했다"
고 밝혔다. 만약 권 전 부장이 회견 내용의 어떤 내용에 대해 허위임
을 알고도 거액을 줘가며 회견을 주선했다면, 그의 '의도'는 명확하다
는 게검찰측 얘기이다. 대선때 김대중 후보를 낙선시키려는 정치적 의
도가 있었지 않았느냐는 것이다.

그러나 권 전 부장은 이 대목에 대한 검찰의 추궁에 "그렇다"고 답
변하지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권 전 부장측은 안기부측이 윤씨가 보낸
첩보를 이용하지 않는 데 격분, 자발적으로 기자회견을 가졌을 뿐이라
고 주장해 왔다.

두번째는 이대성 전 안기부 해외조사실장이 만든 이른바 '이대성파
일'의 진위 여부이다. 여권은 권 전 부장이 이 파일을 만드는 데 적극
개입했고 재구성이나 조작의 냄새가 난다고 말해왔다. 파일 중 국민회
의 관련 내용이 많고 그 내용도 사실과 다른 게 대부분이란 점에서 그
렇다는 것이다. 국민회의측은 연방제 수용으로 북풍막이를 시도했다는
부분, 당시 김대중 후보가 일산자택에서 북한 공작원을 접촉했다는 부
분 등을 특히 그렇게 말한다.

반면 한나라당측은 일부 내용이 육하원칙에 맞는 등 사실이 포함됐
다는 전제 아래 진상조사를 주장하고 있다. 신뢰도가 떨어지는 부분이
많고 재구성의 개연성도 있지만, 그렇다고 애당초 첩보 내용들이 변질
된 것은 아닐 것이므로 첩보내용들의 진위 여부는 확인되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마지막으로는 대선 이후 검찰에 불려가기까지 70여일동안의 권 전
부장의행적이다. 권 전 부장의 대선후 행적은 거의 드러나 있지 않다.
여권은 이 기간 동안 권 전 부장이 자신의 '구명'을 위해 이대성 파
일을 만드는 데적극 관여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여권은 그 근거로
권 전부장이 지난 6일 이종찬 신임부장에게 파일 얘기를 꺼냈던 점,
이대성 전 실장이 권 전 부장에게도 파일을 건네줬던 점 등을 들고
있다. 여권을 압박해 활로를 모색하려 했다는 것이다.

권 전 부장이 검찰에서 이 대목에 대해 어떻게 진술했는지는 확인
되지 않고 있다. 다만 주변 인사들은 "정치권의 대북 접촉과 관련해
이렇게 많은 정보들이 접수됐으나 정치적으로 활용하지는 않지 않았
느냐. 조작은 없었다는 점을 보여주려는 차원에서 파일이 만들어진
것 아니겠느냐"고 말하고 있다. 좀 더 규명되어야 할 대목들이다.

( 최병묵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