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단계 한국사회의 진로와 관련해 중요한 화두로 떠오른 '리더십'과
'개혁'의 문제를 20세기 영국이 배출한 두 재상의 예를 통해 곰곰 생각
하게 하는 두 권의 책이 나왔다.
중앙 M&B에서 발간한 '지금 왜 처칠인가'(스티븐 F 헤이워드 지음,
김장권 옮김)와 '토니 블레어 영국개혁 이렇게 한다'(토니 블레어 지
음,황주홍 옮김). 수상에 오른 시기에는 거의 반세기 가까운 시차가 있
지만 20세기 들어와 노대국의 지위로 떨어진 영국의 회생을 위해 인생
을 거는 두사람의 분투 과정과 지도자로서의 자질, 철학과 비전은 미증
유의 국가적 위기를 맞고 있는 우리 사회 지도층들에도 시사하는 바가
적지않다.
'지금 왜 처칠…'은 전기가 아니다. 'CHURCHILL ON LEADERSHIP'이란
원제에서도 보듯 흔히 알려진 처칠의 일화를 연대기적으로 다루기 보다
는 그의 국가 경영방식과 리더십 스타일을 집중적으로 검토한 것이다.
이런 작업이 의미있는 것은 그가 1908년 영국사상 최연소 장관으로 공
직에 발을 디딘 이래 50년 동안 7개 부처의 각료를 지냈으며, 몇번에
걸친 실패와 좌절을 거듭하면서도 1955년 역시 영국사상 가장 나이많은
총리로 정치인생을 마감했다는 이력 때문이다. 지금은 해고 바람이 우
리 공직사회에도 불어닥쳤지만,처칠의 이처럼 화려한 공직 경력은 그에
게 비범한 리더십이 갖춰지지 않고서는 불가능한 일이었다는 것이 저자
의 기본 전제이다. 두 번에 걸친 세계대전을 각료와 총리로서 어떤 지
도력으로 이끌어갔나 하는 점도 IMF체제와의 전쟁을 치러야 하는 우리
정치-재계 지도자들에겐 눈여겨 볼 대목이다.
저자는 처칠의 리더십 원천을 네 가지로 꼽았다. ▲있는 그대로 솔
직하게 말하기 ▲결단을 주저하지 않고 책임은 전적으로 자신이 지기
▲멀리 되돌아 볼수록 멀리 내다볼 수 있다는 역사적 상상력 ▲전체를
파악하면서도 세부사항 챙기기이다. 처칠은 권한을 위임하면서도 작은
일에 소홀히 하지 않는다는 모순을 실행에 옮긴 사람이었다. 그는 총리
때 독일군 공습의 긴급 상황에서도 동물원에 있는 동물 보호문제를 챙
겼고, 작전 암호명까지 자신이 챙겼다.
처칠은 영국 행정부의 사다리를 올라가면서 다른 공직자들과는 뚜렷
이 구별되는 장점 몇 가지를 갖고 있었다. 새로운 일을 맡으면 그 자리
에 대해 배우는 것에 그치지 않고 임무에 관한 정의 자체를 새롭게 해
자기가 주도권을 잡아야 한다는 것이었다. 또 무슨 일을 책임있게 수행
하려면 반드시 힘(전권)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 그의 신조였다. 그는
"종속적인 자리에서는 중요하고 핵심적인 작전을 감행할 수 없다"고 말
했다.
전쟁 때의 인사에 관해서 그는 한 장군에게 이렇게 편지를 썼다."지
금까지 남에게 한번도 싫은 소리를 한 적이 없는 사람만 골라서 요직을
맡기고 있을 때가 아닙니다.…지금은 강인함과 비전을 갖춘 인물을 기
용해야 합니다." 이처럼 확신에 찬 처칠에겐 일견 상반되는 듯한 원칙
이 또하나 있었다. 되도록 한 가지 방법을 고수하되 새로운 변수가 생
기면 마음을 바꾼다는 것이었다. 그는 "나는 일관성을 지키기보다는 올
바르고 싶다"고 말했다.
'영국개혁 이렇게 한다'는 1997년 마흔다섯의 젊은 나이에 총리가
돼 '블레어 혁명'으로 일컬어지는 사회개혁을 밀어붙이고 있는 토니 블
레어의 각종 기고 연설 등을 모아 그의 정치철학과 비전을 보여주는 책
이다. '애국심과 판단력, 겸손'을 바탕으로 '영국병'을 진단, 노대국을
21세기 선진국의 발전모델로 만들려는 그의 야심과 정열이 한편 한편의
글에 배어있다.
(김태익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