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도는 자들의 노래 <294>
## 제29장 길은 다시 시작되고 ⑥ ##.
그뒤 예식은 신통하리만치 별다른 사고 없이 진행되었다. 무엇에 쫓
기는 듯한 사회였지만 실수는 없었고 주례사도 길이에서나 내용에서나
흠이 없었다. 신부의 태도에도 좀전의 소동이 준 충격의 흔적은 별로
나타나지 않았다.
하지만 신랑인 명훈은 그날의 예식이 거의 기억에 없을 만큼 다른
두 가지 방향으로 신경이 쏠려 있었다. 하나는 모니카나 그 어머니가
다시 나타나지나 않나를 살펴둔 것이었고 다른 하나는 경진의 표정을
훔쳐보는 일이었다. 그러다가 신랑신부의 행진이 시작되어서야 비로소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진작부터의 약속대로 신혼여행은 뒷날로 미뤄지고 신랑신부는 성남
의 새집에 꾸민 신방으로 향했다.
"그래도 평생에 한번 있는 일인데 경주라도 하루 안갔다 오고….".
아무래도 신혼여행이 없는 게 마음에 걸리는지 식장 앞에서 택시에
오르는 명훈과 경진을 보고 어머니가 그렇게 말끝을 흐렸다. 경진이 아
무일 없었던듯 다소곳한 신부의 어조로 받았다.
"우리가 신혼여행을 안 가는 게 아니고 미룬 것 뿐이에요. 너무 마
음 쓰시지 마세요, 어머니.".
그런 경진의 태도에 명훈은 다시 속깊은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무
슨 이유에선지, 그리고 언제까지일지 모르지만 적어도 그날은 모니카의
일을 없었던 일로 치려는 듯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래도 택시 안에
둘만 남게 된다 싶자 까닭모를 불안이 일었다. 그때 무슨 구원요청이라
도 받은듯 옥경이 달랑 택시 앞자리에 오르며 말했다.
"그럼 택시 자리 비워서 뭘해? 어차피 나두 그리루 가야하니까 큰
오빠하고 같이 갈게요.".
그 바람에 자칫 굳어질 뻔 했던 둘만의 자리는 겨우 피할 수 있었다.
새집에 이르자 예식장에 오지 못한 친척과 집을 짓는 동안에 알게 된
그곳 사람들 몇이 기다리고 있어 둘만의 자리는 만들어지지 않았다. 인
철과 어머니도 가까운 집안 아주머니 두 분과 택시로 뒤따라 낮동안은
제법 잔칫집 같은 분위기가 이어졌다.
"갈 사람은 가도 대는 이래 이어지는구나. 너어 아버지 그래 훌훌히
떠나뿌고 어맴(시어머니)까지 세상 베리실(버리실) 때는 눈앞이 다 캄
캄하디… 이 어린 것들 데리고 어에 한세상 사노 싶디.".
어머니는 옷고름으로 눈물을 찍으면서도 명훈의 결혼을 못내 감격스
러워 했다. 집안 아주머니들도 덩달아 목메어 하며 경진의 손을 쓸었다.
"참말로 이게 어떤 큰집 새댁이로? 너 시어마이 돌내골 신행들 때만
해도 소를 잡아 상것들까지 풀어먹일 정도로 큰 잔치랬디라. 그런데 이
콩짜가리만 한 집에… 글치만 잊지 마래이. 자손이 남아 있고 근본만
지키믄 언제든 집은 다시 일라선다. 옛말 하며 살날 온다.".
그러다가 명색 신방이라고 꾸민 방에 둘만 남게 된 것은 밤 열두시
에 가까운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