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국제 폐기물 처리장'으로 변해가고 있다. 경제난과 외화부
족에 몰리자 궁여지책으로 폐기물 장사에까지 손을 대고 있는 것. 북한
은 지난해 타이완에서 핵폐기물을 들여오려다 국제적 소란을 일으킨 데
이어 유해 폐기물과 폐타이어 등도 일본에서 대량으로 반입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그 외에도 돈벌이가 될 만한 것이면 품목을 가리지 않고 있다. 도쿄
(동경)의 정보소식통들은 "작년 한해동안만 해도 폐비닐과 폐유, 폐수
지, 폐배터리, 폐전자제품 등 10여종의 폐기물이 일본의 폐기물업체를
통해 북한에 반입됐던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고 전했다. 이로 인해 북
한은 거대한 쓰레기장이 돼가고 있고, 그에 따른 환경파괴는 통일후 경
제-사회적 부담을 더욱 가중시킬 것으로 우려된다.
일본 아사히(조일)신문은 15일과 16일 연속보도를 통해 "북한은 일본
내에서 처치곤란한 산업폐기물의 처리루트가 돼가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신문이 보도한 폐기물 수입사례는 두가지. 지난 90년부터 8년간은 알
미늄 제련과정에서 나오는 '알미늄잔회'라는 공해물질을 5만1천t이나 수
입했다. 또 91년이후 일본의 산업폐기물 처리업자로부터 1백43만개의 폐
타이어를 수입해갔고, 지금도 12만개가 선적을 기다리는 중이라고 신문
은 보도했다. 폐타이어 수입에는 미가와, 쯔루가의 2개항구가 고정적인
반출루트로 사용돼 왔으며, 95년까지는 조총련 후쿠우현 본부가 직접 관
장했다고 한다.
이같은 폐기물 반입은 겉으로는 모두 재활용을 명목으로 하는 원재료
의 수출계약 형식을 취하고 있다. 즉 북한이 일본업체에 돈을 지불하고
수입해가는 형식이다.
그러나 실상을 들여다보면 정상적인 수출거래로 보기 힘들다. 지금까
지 북한이 수입대금을 지불한 일이 거의 없고, 모든 경비를 일본측 업체
가 부담하고 있어, 폐기물의 위장유출 혐의가 짙다고 신문은 보도했다.
일본 후생성도 유해물질 처분 등과 관련한 바젤국제협약및 일본의 국내
법규를 위반한 불법반출이라는 혐의를 굳히고 있다.
무엇보다 북한에겐 이런 폐기물을 재활용할 능력이 없고, 재활용하기
엔 질이 떨어지는 품목들이다. 실제로 북한이 실어간 알미늄잔회가 재활
용되기는 커녕 남포와 청진의 제철소 창고에 거의 그대로 쌓여있다는 사
실을 일본 업체측도 인정했다. 재활용이 가능하다면 일본업체가 법 위반
을 무릅쓰고 모든 경비를 부담해가며 북한에 무료 제공해줄 이유가 없다
는 의문도 제기된다.
도쿄의 정보관계자들은 대만 핵폐기물 케이스처럼 "북한이 표면에 드
러나지 않는 '수거 요금'을 이면으로 받고 폐기물을 들여갔을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과거에도 일본과 북한간의 이런 폐기물 거래는 다양
한 품목에 걸쳐 수시로 이뤄져왔다고 관계자들은 전했다.
한 자료에 따르면 작년 1월말 이후 폐플라스틱수지와 폐페인트, 폐기
처분된 파 친코기계, 냉장고-TV-컴퓨터 등의 폐전자제품, 건설기자재를
소각하고 남은 잿가루 등이 대량으로 북한에 실려간 것으로 알려졌다.
심지어 폐차처분된 자동차에서 나오는 엔진오일과 윤활유 찌꺼기 등도
북한으로 반입되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같은 폐기물 반입에는 M상사등 조총련계의 일본 무역상사가 중개역
할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폐플라스틱이나 폐타이어의 경우 t당 1백∼
3백달러로 처리단가가 정해져 있다고 한 관계자는 전했다. 운송선으로는
일본 당국의 추적을 피하기 위해 제3국의 선박을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고 한다.
물론 북한의 폐기물수입 고객은 일본뿐 아니다. 북한은 지난 89년 외
화획득 수단으로 산업폐기물 수업에 나서기로 한 이래 프랑스, 독일, 네
덜란드 등의 선진국에서도 폐플라스틱 등을 대량 반입해온 것으로 알려
지고 있다.(동경=박정훈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