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하르토 인도네시아 대통령(76)이 32년간의 철권통치에 대한 국
내의 거센 반대와 외국의 개혁압력속에서 11일 5년(98-2003년)임기의 대
통령으로 재취임했다.
그러나 수하르토 대통령-바차루딘 하비비 부통령 체제의 출범 첫날
인이날 인도네시아 전역에서는 민주적 개혁을 촉구하는 대학생들의 반정
부 시위가 잇따라 수하르토 체제의 앞날을 더욱 불투명하게 만들고 있다.
인도네시아에 대해 국제통화기금(IMF)으로부터 4백억 달러의 구제
금융을 받는대가로 합의한 개혁정책의 성실한 이행을 촉구해온 국제사회
도 수하르토 체제의 재출범을 지켜보며 압력의 고삐를 늦추지 않고 있다.
수하르토 대통령은 이날 취임연설을 통해 "지난 25년간 누려온 경
제성장을 다시는 즐길 수 없을 것"이라고 지적한 뒤 2억 인도네시아 국민
들에 대해 앞으로 몇년간 가혹한 시련에 대비한 내핍생활과 국민단합을
촉구했다.
수하르토 대통령은 또 고령으로 인해 대통령 임기를 채우지 못할지
도 모른다는 우려를 겨냥, "5년간 나는 이 연단에 서서 인도네시아 국민
들대표들 앞에서 내 통솔력을 보여주겠다"고 말했다.
수하르토 대통령은 이 취임사에서 IMF와 합의한 개혁정책의 준수여
부나 국제사회의 반대속에 추진중인 `통화위원회' 설치를 강행할지 여부
를 비롯해 구체적인 경제위기 타개책은 하나도 언급하지 않았다.
이로 인해 인도네시아 국민들과 국제사회는 수하르토 대통령이 곧
임명할 새 내각이 어떻게 구성될지에 촉각을 모으고 있다.
미국의 제임스 폴리 국무부 대변인은 수하르토 체제의 재출범과 관
련, "미국은 수하르토 대통령이 IMF와 합의한 경제개혁 프로그램을 준수
할 의사가 있음을 보여주는 강력한 경제팀이 포진된 내각을 구성하길 바
란다"고 말했다.
그러나 대다수의 분석가들은 수하르토 대통령이 하비비 부통령의
인맥을 많이 내각에 포함시킬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속젠 크로스비 인도네시아사의 고에이 시아우 홍 수석연구원은 하
비비 부통령의 많은 인물들이 새 내각에 포진될 것이라고 예상한뒤 그것
은 "좋지 않은 조짐"이라고 말했다.
그는 취임연설에서 통화위 설치문제를 비롯한 향후의 구체적인 대
책을 하나도 언급하지 않은 수하르토가 친위내각을 구성할 경우 "통화는
더욱 떨어지고 주식시장도 붕괴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미 인도네시아에 대한 2차 지원금 30억 달러의 공여를 연기하겠
다고 발표한 IMF에 이어 아시아 개발은행(ADB)과 세계은행도 대통령 취임
식 하루전인 10일 IMF의 요구가 수용되지 않을 경우 25억 달러 상당의 대
출지원을 연기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수하르토 취임식이 열린 이날 인도네시아 전역에서는 대학생
수만명이 수하르토의 퇴진과 정치.경제개혁을 촉구하는 시위를 벌였다.
동자바주 주도인 수라바야시에서는 최소한 4개 대학생 4백여명이
수라바야 공과대학 교내에서 집회를 마치고 교외 진출을 시도하다 폭동진
압경찰과 충돌, 대학생 1명이 뇌출혈로 병원에 옮겨졌다.
자카르타에서도 나지오날 대학교 학생 1백여명이 교외진출을 시도
하다 경찰에 의해 봉쇄된 뒤 교내에서 민주주의의 "죽음"을 의미하는 장
례식을 가졌다.
서수마트라주 주도 파당에서도 안달라스대 학생 3천여명이 두시간
여동안 시위를 벌이며 수하르토의 퇴진을 촉구했으며 서자바주 주도 반둥
에서 1만여명, 요기야카르타에서 1만5천여명이 각각 시위를 벌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