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경예산안 분리처리가 성사되기 위해서는 야당안에도 걸림돌이 하나 남아
있다. 한나라당 내부에서 구 정부가 제출한 예산안을 그대로 심의해 주자는
주장과 새정부가 예산안을 다시 짜와야 한다는 입장이 맞서 있는 것이다.
당지도부는 11일 오전 즉각적인 추경예산분리심의착수 방침을 천
명하면서
구체적인 방법론은 어떤 방식이든 무관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상득(이상득)총무도 이날 총무회담에서 "신정부 이름으로 예산안을
제출하면 즉각 해 주겠다는 입장이지만, 여당측이 지금 제출돼 있는 예산안으로
심의를 하자면 가능하면 협조하겠다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당내에서는 예산안을 다시 짜와야 한다는 주장도 만만치 않다.
김덕룡 의원 등 일부 중진들과 소장파들은 "지난 번 임시국회에서
물러갈 정부가 예산을 짰다는 이유로 추경예산심의를 거부했는데, 스스로
번복할 수는 없다"며 "새정부의 정책기조를 담아 다시 짜와야 한다"고
주장한다. 명분은 그렇지만 이들이 예산안을 새로 짜오라고 요구하는 이면에는
김종필 총리서리체제의 위법성을 부각시키려는 전략도 숨어 있다.
새로 예산안을 짜면 김총리서리가 부서를 해야 하고 국회에 나와서 대통령을 대신해
시정연설을 해야 한다는 점에 착안한 것이다. 시급한 민생현안해결을 위해서란
명분을 내세워 추경예산안 심의와 김총리서리 임명동의 문제를 분리했는데도 김총리서리
문제가 여전히 걸림돌로 남은 형국이다.
그러나 이런 주장은 전략적 측면의 양동작전적 성격이 없지 않은데다,
당내에서는 "이왕 해주기로 한 것이면 무조건 심의해 주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주장이 늘고 있어 이문제가 끝까지 장애물로 남을 가능성은 높지
않다.(이종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