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회의가 정국운용 기조를 '경제 우선주의'로 바꾼 것은 김종필 총
리임명동의안 처리문제로 정치가 중심과제로 부상한 뒤 정국불안이 가중
된데 따른 궤도수정이라고 할 수 있다. 또 거야인 한나라당을 상대하는
국민회의의 대야 전략이 '강성'에서 '연성'으로 바뀔것임을 예고하는 것
이기도 하다. 야대 벽을 실감한 소여의정국운용 전략 변경인 셈이다. 여
권이 이처럼 변경한 배경은 복합적이다.
최근 여권내에서는 김대중 대통령 취임이후의 정국운용과 관련한 여러
가지 '문제점'이 지적됐다고 한다. 그 첫째가 IMF 사태 아래서 정국의
중심테마가 정치로 옮겨짐에 따라 경제가 실종되는 우를 범하고 있다는
지적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불발에 그친 김 총리 임명동의안 문제를
'정면돌파'하려는 강공 드라이브 국면에서 파생된 문제제기다. 한 핵심
인사는 "의도했던 의도하지 않았던 북풍수사, 야당의원 영입, 정계개편
등에 집착해 경제위기 극복이라는 현 정부의 최대과제가 뒷전에 밀리는
상황을 초래한 것은 정국운영상 미스"라고 말했다. 극한적 여야 대결구
도로인해 외환위기가 재연되고 실업대란이 벌어질 경우, 국정의 책임을
지고 있는 정부여당에 더 큰 책임이 돌아올 수 밖에 없다는 인식이다.
국민회의 김원길 정책위의장이 "북풍과 관련해 경제수습이란 초점이
흐려지는 것을 좋지 않다"고 말한 점이나, 국민회의 지도부회의에서 "낡
은 정치가 한국에 더 큰 불행을 초래할 수 있다"는 미국의 비지니스위크
와 립튼 재무차관 등의 경고가 거론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여권의 전략수정에는 특히 야당을 상대하는데 '정치'보다 '경제'에
중점을 두는 것이 효과적이라는 판단도 작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야의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갈리는 정치보다 민생과 직결되는 경제테마를 앞세
우는 것이 경색정국을 푸는 데 도움이 된다는 인식이다. '힘'을 통해 거
대야당을 제압하는 방식을 지양하고, 일보후퇴해 우회하는 전략쪽에 무
게를 실은 것이다. 최근 국민회의가 추경예산과 정치현안과의 분리안을
제시, 야당의 '동의'에까지 이르게 된 것이 그 사례다.
이에 따라 여권 향후 패턴도 바뀌게 될 듯하다. 김 대통령과 정부는
경제회생에 주력하는 양상을 띨 것 같다.
여당의 대야전략에는 온건한 유화책이 등장할 전망이다. 특히 김 대
통령이 10일 이종찬 안기부장에게 '북풍문제를 조용히 처리하라'고 한
것은 여러모로 음미해볼 만한 대목이다. 여권은 정국정상화를 위해 야당
에 부담이 되는 경제청문회 문제를 비롯, 몇가지 '선물'을 주는 방안도
강구중이라고 한다. ( 김민배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