힌두 민족주의 지도자 아탈 비하리 바지파이(72)가 정식으로 인도
정국의 조타수가 됐다. 나라야난 대통령은 10일, 이번 총선에서 제1당
을 차지한 인도인민당(BJP) 지도자 바지파이에게 정부 구성을 요청했다.
바지파이는 이날 나라야난 대통령에게 "의회 과반수의 지지를 확보,
안정적인 정부를 구성할 수 있다"고 장담했다. 이제 그는 자신의 말을
증명해 보여야 한다. 새 내각 구성후 실시되는 의회 신임투표에서 승리
해야하는 것이다.
바지파이는 지난 96년 총선 당시 처음으로 제1당으로 부상한 BJP 중
심의 내각을 짰다. 그러나 연정 구성에 실패, 의회 신임투표를 바로 앞
두고 총리직을 사임해야만 했다. 그래서 13일간의 '최단명 총리'라는
오명을 얻었다.
물론 이번에는 사정이 좀 다르다. BJP와 그 동맹 정당들은 총 5백45
개 의석중 2백60여석을 확보했다. 과반수(2백73석)에서 10여석 부족한
상태다. 반면 라이벌인 국민회의당은 1백50석내외, 연합전선측은 90여
석을 차지했다.
BJP가 유리한 입장이다. 바지파이는 군소정당과의 제휴를 추진하면
서, 1억2천만명에 달하는 회교도들을 무마하기 위해 BJP의 대회교도 강
경 정책을 재고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힌두 민족주의 정당의 지도자이긴 하나, 아드바니 현 BJP 당수
와 비교해 '온건파'로 분류된다. 92년 12월 힌두교 광신자들이 아요디
야 소재 회교사원을 파괴, 전국적인 유혈폭동으로 번질 때 다른 BJP 지
도자들은 사태를 방관했으나 바지파이는 이를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77
년 중도좌파 연정에서 외무장관으로 있을 때도, 인도의 '철천지 원수'
인 회교국가 파키스탄과의 관계개선에 큰 몫을 했다.
지난 57년 의회에 첫 입성한 뒤 40년동안 의원생활을 했으나, 부패
스캔들에 한번도 휘말리지 않아 인도 정계에서 몇 안되는 '청렴한 정치
인'으로 평가받고 있다. 시인이기도 한 바지파이는 유창한 언변과 재치
있는 위트, 시에 대한 사랑으로 많은 사람들로부터 존경을 받고 있다.
결혼은 안했지만, 오래전에 양녀를 얻어 함께 살고 있다.
의회 신임을 얻어 BJP 정권이 들어설 경우 상당한 정책 변화가 예상
된다.
서방측에서 가장 걱정하는 것은 두가지. BJP 정강에 나와있듯, 인도
는 핵강국을 공공연히 추구할 것이라는 사실과, 민족주의적 입장에서
외국인 투자자들보다 국내산업을 우선적으로 보호할 것이라는 점이다.
또한 '힌두교 원리주의'의 부상이 '회교 원리주의'의 득세와 함께 국제
정치 역학에서 어떤 변수로 작용할지도 관찰대상이다. ( 이용순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