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앙부처 347개...81개는 회의 한번 안해, 예산은 꼬박꼬박 ##.
한국의 관청엔 '위원회'가 넘쳐난다. 어느 부처 어느 실-국이든 위
원회 한두개 거느리지 않은 곳이 없다. 종합행정부서인 서울시는 무려
79개의 위원회를 관리하고 있다. 95년 7월 민선 지방자치 출범시 61개
였으나, 2년반이 지나면서 18개 더 늘었다. 불필요한 위원회를 줄이겠
다던 민선시대 출범때의 약속은 간 곳이 없다. 시는 이달 3일에도 "중
앙부처와 지방자치단체를 통틀어 국내 최초"라 자찬하며, 대학교수 등
으로 구성된 여론조사심의위원회를 새로 설치했다. 서울시의 각 구청
에도 40여개씩의 위원회가 운영되고 있다.
하지만 제대로 운영되는 위원회는 드물다. 시의회 의원이 직무로
다쳤을 경우 보상금 등을 심의할 목적으로 96년 설치된 서울시의회의
원 상해등 보상심의회는 지금까지 한번도 회의를 연 적이 없다. 하지
만 시는 올해도 이 위원회에 1천80만원의 예산을 편성했다.
분쟁조정위원회도 95년 설치 후 회의를 연 적이 없다. 의료보호심
의위원회, 환경분쟁조정위원회, 지방도시교통정책심의위원회도 작년
한번도 회의를 열지 않았다. 그렇지만 매년 이들 위원회에는 꼬박꼬박
예산이 배당된다.
환경분쟁조정위에는 올해 2백80만원, 지방도시교통정책심의위와 교
통기획단자문회의에는 합쳐서 6백60만원, 작년 2∼3번 회의를 연 기부
심사위원회에는 올해 5백70만원의 예산을 편성했다. 시가 79개 위원회
에 편성해놓은 예산은 모두 6억원 정도다.
회의를 연다고 위원회가 제대로 일하는 건 아니다. 작년 10월말 서
울시 버스노선조정심의위원회에 참석했던 한 위원의 고백. "시민단체,
학계, 법조계 대표 등 위원 25명은 자기 분야에선 박사일지 몰라도 버
스 노선에는 초보자나 다름 없었다. 심의 기간도 짧아 총 안건중 20%
정도만 심의했다. 일부 위원들은 자신의 스케줄을 이유로 참석조차 하
지 않아, 회의가 연기된 적도 많았다. 심의안건은 서울시 공무원들이
짜 놓은 시나리오대로 통과됐다." 위원회라는 게 공무원들 책임회피를
위한 들러리라는 사실을 절감했다는 얘기다.
중앙 부처라고 나은 것은 아니다. 작년 4월 설치된 노동부 중앙노
사정협의회는 한 번도 모인 적이 없다. 그런데도 정치권은 최근 비슷
한 성격의 노사정위원회를 또 만들었다. 중앙농어촌발전심의위원회 등
농림부 산하 17개위원회, 물가안정위원회를 비롯한 재경부 산하 27개
위원회 대부분이 지난 1년 동안 회의를 연 적이 없다. 남북경제협력공
동위원회와 남북경제협력조정위원회처럼 똑같이 재경부 차관이 위원장
이면서 이름이나 업무가 비슷한 위원회도 있다.
93년 설립된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 장관급인 위원장이 한달에 한
번 대통령을 직접 만나 국내외 과학기술 현안을 보고-논의하겠다고 설
립한 대통령 직속기구다. 하지만 지난해 보고 건수는 통틀어 단 두번.
때문에 과학기술부, 산업자원부 등 정부 9개 부처에서 파견된 25명의
공무원들은 1년에 두 차례 보고서 만드는 일로 소일한 셈이다.
작년 10월 국민회의 김인곤 의원은 총리실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정부에 설치된 총 3백47개 위원회중 95∼96년 2년 동안 한 차례도 회
의를 열지 않은 것이 전체의 23%인 81개나 된다"고 지적했다. 위원회
들이 여론을 호도하기 위한 전시행정의 전형이라는 비판이었다. 이제
여당이 된 국민회의 정부가 이들 위원회를 관리해야 할 차례가 됐다.
(박중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