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년들이 무장하는 이유는?".
장기불황으로 안그래도 심신이 피곤한 일본의 기성세대는 10대 소년
들 때문에 머리가 더욱 복잡하다. 교사가 살해당하고, 경찰관이 습격당
하는가 하면 교실내에서 칼부림이 벌어진다. 깡패의 소행인가 해서 신
문을 들여다보면 범인은 예외없이 중-고교생이다.
'일부 문제학생의 우발적 사건이겠지….' 애써 외면하고 싶었던 기
성세대의 기대는, 그러나 각지에서 꼬리를 물고 터지는 연쇄 살상극 때
문에 여지없이 깨진다. 유행처럼 번지는 10대의 '무장화'와 흉악범죄에
기성세대는 경악을 금치 못하고 있다. 그 전염속도는 '다마곳치(애완동
물을 사육하는 내용의 전자오락기)'의 유행을 연상케 하고 있다.
한달 전쯤 도치키현의 중학교에선 1학년 남자학생(13)이 여교사(26)
를 칼로 찔러 살해했다. 이유는 교사의 잔소리였다. 몸이 아프다며 조
퇴를 요구했으나 교사가 허락하지 않고 주의를주자 주머니에서 칼을 꺼
내 휘둘렀다.
도쿄에선 경찰관이 중학교 3년생(15)에게 습격당해 전치 1주일의
상처를 입었다. 서바이벌 게임광이었던 소년은 순찰중인 경찰의 어깨를
찌른 뒤 총을 내놓으라고 위협했다. 소년은 경찰에서 "(경찰관을) 죽여
서라도 총을 빼앗을 생각이었다"고 진술했다.
사이타마현에선 중학교 1년생(13)이 같은반 급우를 살해했다. 교실
안에서 말싸움을 벌이다 돌연 품에 있던 나이프를 꺼내 들어 가슴을 찔
렀다. 지난 1월말 교사살해 사건이 벌어진 이후 6번째의 참극이었다.
이런 일련의 사건의 공통점은 평소 불량학생이라고 보기 힘들었던
평범한 학생이 저질렀다는 점이다. 사용된 흉기가 '버터플라이 나이프'
로 불리는 소형 나이프라는 점도 공통적이다. 손잡이가 나비 날개처럼
접힌다고 해서 이런 이름이 붙었으며, 작년 봄 한 TV드라마에서 주인공
이 들고 나온뒤 10대 사이에 대유행이다.
남자 중학생 1백명 가운데 4명꼴로 이 나이프를 휴대하고 등교한다
는 통계도 있다. 그래서 소년들이 저마다 품속에 칼을 꽂고 다니는 '잠
재적인 무장집단'이 됐다고 기성세대는 한탄한다.
소년들이 무장하는 이유는? 한 신문사가 중-고교생에게 물어보았
다. '호신용'이라는 대답도 있었지만 압도적인 응답은 '멋있으니까' 내
지 '패션으로'였다. 한 심리학자는 10대가 현실과 가상세계를 혼동하는
'의식의 전자게임화' 경향을 보이고 있다고 분석했다. (박정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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