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랑 연극상 수상자 이호재(94년)와 윤주상(95년)이 20여년만에 한
무대에서 불꽃튀는 연기대결을 벌인다. 셰익스피어 작 '뜻대로 하세요'
에서 호흡을 맞춘 이후 처음이다. 서울시립극단이 20일부터 4월19일까지
세종문화회관 소강당에서 공연하는 '민중의 적'이 그 무대다.

노르웨이 작가 입센의 '민중의 적'은 다수의 이름으로 자행되는 횡포
를 고발하는 사회극. 노르웨이 작은 마을에서 온천 오염을 둘러싸고 빚
어진 갈등을 기둥으로 삼는다. 집단이익을 위해 온천 오염을 은폐하는
시장과 온천개발업자, 언론사, 마을 주민들에 맞서 진실을 알리던 의사
가 민중의 적으로 몰린다는 내용이다. 이호재가 의사 토머스 스토크만을
맡고 윤주상이 그의 형인 시장 피터 스토크만으로 나선다.

"다수를 대변하는 기득권층으로 나옵니다. 이호재 선배와 함께 공연
하게돼 부담이 크지만 좋은 작품을 보여드리려고 땀흘리고 있습니다.".

노역을 주로 맡아온 윤주상(49)은 실제로는 8년 연상인 이호재(57)의
형으로 나온다. '화술의 달인'으로 꼽히는 이호재도 명성에 걸맞는 연기
를 보이겠다며 열심이다.

'민중의 적'은 연출팀도 막강하다. 대표연출을 맡은 김석만은 '한씨
연대기' '새들도 세상을 뜨는구나'로 80년대를 휩쓴 연우무대 실력꾼.여
기에 극단 작은 신화 대표 최용훈과 러시아 쉐프킨연극대학 석사인 전훈
이 협력연출로 가세했다. 권병길 김혜옥 여무영 박봉서 등의 개성있는
연기도 지켜볼만하다.

'민중의 적'(1882년)은 '사회의 기둥'(1877년) '인형의 집'(1879년)
'유령'(1881년) 등 입센의 연작 문제극중 하나다. 그는 위선과 허위에
가득찬 노르웨이 사회를 혹독하게 비판했다. "한 사람의 앞선 지도자는
언제나 민중보다 훨씬 앞에 서있다"는 것이 '민중의 적'의 테마다. 지난
2월 내한공연을 가진 영국 국립극단(RNT)도 극단 대표 트레버 넌 연출로
런던 국립극장에서 '민중의 적'을 인기리에 공연중이다. (02)399-1573.

(김기철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