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도 때론 실패를 한다. MBC TV 미니시리즈 '사랑'이 그렇다. '사랑
을 그대 품안에' '별은 내 가슴에' 등 MBC의 빅히트작을 만들었던 이진석
PD가 연출을, '천국의 나그네' '여자는 무엇으로 사는가'의 주찬옥이 극
본을 맡았건만 드라마 초반 시청률이 기대이하였다.
MBC는 '짧은' 실패를 참지 못했다. 그래서 2일 9회부터 극전개를 U턴
했다. 여주인공 김미숙이 암으로 죽는 것으로 처리하고, 그 자리에 CF스
타 최지우를 남자주인공 장동건의 새 파트너로 등장시켜 전혀 다른 분위
기의 드라마로 새 출발했다.
그러나 급조된 신판 '사랑'은 과거 MBC 미니시리즈, 그중에서도 이진
석PD작품 플롯을 본뜬 흔적이 짙다. 최지우 약혼자감으로 나오는 회사 기
획실장 정준호가 호텔방에서 애인 유혜정과 사랑을 나누다 최지우 집으로
전화를 거는 장면은 '사랑을 그대 품안에'에서 이승연 남편 천호진의 행
동과 흡사하다. 조형기와 강남길을 푼수끼 있는 기업 중간간부로 등장시
킨 점도 '사랑을…'을 연상시키는 설정이다.
극중 자동차 디자이너, 잡지사 여기자, 카페 주인 등 신세대 취향 직
업들이 등장하는 것도 '질투' '연인' '호텔' '예감'으로 이어지는 트렌디
드라마의 전형적 구성이다. IMF 시대를 맞아 트렌디드라마의 퇴조현상도
아랑곳하지 않는다.
MBC는 좀 더 뚝심을 갖고 원안을 밀 수 없었을까. 시청률이라는 '미
디어의 신' 앞에 무릎을 꿇은 방송사. 물론 월-화 미니시리즈는 주부보다
젊은 시청자들이 주 고객이어서 시청률이 앞으로 오를지도 모른다. 그러
나 16부작이란 길지 않은 드라마를 두 토막으로라도 나눠 시청률 올리기
에 급급한 모습이 오늘 한국 방송의 '유일 철학=시청률'을 다시 말하고
있어 씁쓸하다. ( 진성호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