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은 2일 김종필 총리 임명동의안 투표에서
국회법상 무기명투표 규정을 지키면서 행동통일도 기할 수
있는, '혼합형'전략을 구사했다.
전원 기표소에는 들어가되
확실한 'JP 반대파'들은 투표지에 가부표시를 해서
투표함에 투입하고, 찬성론을 펴 왔거나 입장이 애매한
사람들은 기표소에 들렀다가 금방 돌아나와 투표지를
투입하는 방식을 병행했다. '무기명투표'원칙에 최대한
부응해 '원천무효'시비를 차단하고, 동시에 이탈자를
최소화하는 절충안을 사용, 소속의원 1백61명 중 1백50명
이상이 투표를 마쳐 일단 행동통일에는 성공
한 셈이다.
그렇다면 한나라당은 왜 이런 혼합형 전략을 선택했고,
어떤 과정을 거쳐 일사불란하게 행동통일을 할 수
있었을까. 한나라당 지도부가 이런 혼합형 전략을 채택한
것은 그동안 연구해 왔던 백지투표나 기권전략으로는
당론관철이 어렵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알려졌다.
동시에 갈수록 당내에서 완전비밀이 보장되는
무기명투표로 당당하게 임하자는 주장이 늘어나자,
당당하게 임하되 당론을 1백% 관철할 수 있는 묘안찾기에
들어갔다는 것이다. 여기에는 백지투표 또는 기권전략을
주장하는 강경파들도 함께 설득할 수 있는 방안이
필요하다는 점도 작용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이에 따라 이한동 대표 등 당지도부는 총무단에
기존의 전략이 아닌 제3의 방식을 찾아보도록 지시했고,
이에 총무단은 정상적인 투표와 변칙적인 방법을 혼합해
위험부담을 최소화하는 방안연구에 들어갔다고 한다.
연구결과 총무단은 일단 임명거부가 확실한 의원들은
기표소에 들러 가부표시를 하고, 찬성론자를 중심으로 한
일부는 기표소에는 들어가되 바로 돌아 나오는 방식을
채택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런 전략을 마련한 총무단은 누구를 가부표시 대상자로
하고 누구를 기표소에서 바로 돌아나오게 할지, 또 그
비율을 얼마로 할지에 대해서는 국회 각 상임위원회
위원장 또는 간사들에게 일임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지도부가 일괄지시할 경우 즉각 내부 반발은 물론
여권의 강제투표 시비에 직면할 것이란 점을 감안,
의원들이 그룹별로 자율적으로 결정하도록 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의원들은 이날 오전부터 상임위별로 모임을
갖고 각 상위 간사 책임아래 구체적인 전략을 숙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과정에서 공개적으로 찬성의사를
표시했던 의원들이나 그동안 찬반 입장이 애매모호한 것으로
알려져 있던 인사들이 동료들의 오해를 피하기 위해
스스로 기표소에서 빨리 나오는 방식을 선택했다고 한다.
이런 뒤 마지막 안전장치로 의원총회를 열어 그동안
중진들이 대거 등단해 단합과 결속을 강조하고, 찬성론을
폈던 인사들도 나와 당론에 따르겠다는 선언을 한 뒤
본회의장으로 입장, 표결에 들어갔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