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절 79주년을 맞은 1일, 서울 시내 주요 도로와 상가, 아파트단지
등에는 애국 선열들의 독립정신을 기리는 태극기가 일제히 내걸려 흰
물결의 장관을 이뤘다. 시민들은 "IMF로 위축된 국민정신을 태극기와
함께 다시 되살리자"고 다짐했다.
서울 서대문로터리에서 마포대교까지 약 5㎞에 이르는 8차선 도로 양
편에는 가로등마다 일렬로 내걸린 대형 태극기가 바람을 받아 힘차게
펄럭였다.
특히 지하철 5호선 공덕역 부근에는 도로변의 상점들도 대부분 현관
앞에태극기를 내걸어 길가의 태극기와 함께 일대가 온통 태극기의 물결
을 이루었다.
강남 테헤란로에도 도로 양편에 도열하듯 내걸린 태극기가 펄럭이며
운전자들을 맞았다. 택시운전사 김우식(45·서울 강서구 신월동)씨는
"경제난으로 위축돼 있는 국민들의 마음을 격려하는 것 같아 고마운 마
음이 절로 생긴다"고 말했다.
강남구 역삼2동 개나리아파트에서는 이날 1천8백40세대가 한 가구도
빠짐없이 일제히 태극기를 게양, 단지 전체가 태극기 물결을 이루었다.
아파트단지 부녀회가 주도한 '태극기달기 운동'은 역삼동 전체로 퍼져
나가 인근 영동, 성보, 진달래아파트 등에서도 주민들이 앞다투어 태극
기를 게양했다.
개나리아파트 어머니회장 김현숙(53)씨는 "어머니회 회원들이 마
음을 모아 '태극기 달기' 운동을 폈다"면서 "아파트 단지 지하독서실
과 헬스장 운영으로 모은 1천4백만원으로 각 가정에 스테인리스 국기
봉 받침을 설치해주고 게양용 태극기도 나눠줬다"고 말했다.
송파구 오금동 현대아파트 주민 박경숙(43)씨는 "예년 국경일에는
입주 세대의 3분의 1도 채 태극기를 걸지 않았는데 이번 3·1절에는
주민들이 약속이나 한듯 대부분 다 내걸었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전국 방방곡곡에서는 순국선열의 정신을 이어 경제난을
슬기롭게 극복하자는 다짐들이 울려퍼졌다. 낮 12시 서울 종로1가 보
신각에서는 독립유공자 후손 33명들이 3·1독립정신을 기리는 33번의
타종식을 가졌다.
보신각 인근에는 나들이를 나온 가족과 학생들이 환호와 함께 작
은 태극기를 흔들며 타종식을 지켜보았다.
서울 종로2가 탑골공원에서 잇따라 열린 3·1 운동 기념식 및 IMF
국난타개 결의대회에 종이태극기를 들고 참석한 안이식(11·정목초등4)
군은 "조상들은 나라가 어려울수록 더 큰 힘을 발휘했다고 배웠다"며
"태극기를 흔들다보니 애국심이 두 배가 된 느낌"이라고 말했다.
(박중현-김인상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