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1일 서울마라톤대회(서울마라톤회 주최, 조선일보 후원)에 출전
하는 양길웅(55)씨에게 달리기는 체력단련 이상의 의미가 있다. "달리
면서 고난과 역경을 헤쳐나가는 의지를 배운다"는 양씨는 부도회사 대
표다. 그는 작년말 'IMF 한파'로 13년째 운영하던 인테리어 설계-시공
회사의 문을 닫았다. 1년전부터 하루도 거르지 않던 한강변 달리기도
중단한 채 동분서주했지만 공사대금 22억원을 못받자 도리가 없었다.

부도가 나자 그의 집안은 엉망이 됐다. 작년말 채권자들이 고용한
'해결사'의 협박에 견디다 못해 아내(50)와 남매는 친척집으로, 양씨는
충남 안면도 친구집으로 피했다. 그러나 '도망자' 생활은 그에게 새로
운 용기와 각오를 다질 기회가 되었다. "안면도 해변에서 근 한달만에
달리기를 재개하면서 저도 다시 일어설 수 있다는 신념을 다졌습니다.".

1월 중순 서울로 돌아온 양씨는 '봉변'을 각오하고 채권자들을 찾아
다니며 설득했다. 34평 아파트 등 남은 재산을 다 내놓을테니 한번만
기회를 달라고…. 이같은 노력은 결실을 맺어 그는 친구들의 도움으로
새 사업을 할 준비에 바쁘다. 물론 달리기는 본격적으로 재개했다.

"저에겐 이 대회가 '인생 재기의 레이스'입니다. 어떤 일이 있더라
도 완주하겠습니다. 인생살이가 중도에 좌절하지 않고 완주에 의미가있듯이 말입니다." ( 홍헌표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