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가 안정된 선진국일수록 개각횟수가 적다지만 그중에서도 독일
은 특히 개각이 드문 나라로 유별난 것같다.

독일연방정부의 최근 개각사를 보면 독일통일직후인 92∼94년중의 대
폭 개각 이후 지금까지 개각이라고 할만한 '사건(?)'이 거의 없었다. 그
러다보니 장수장관이 수두룩하다. 얼마전 한국을 방문한 적이 있는 테오
바이겔 재무장관은 89년 이후 만 9년째 재무장관을 맡고있다. 외무 법무
국방 보건장관은 92년이후 6년, 또 내무 경제 농림 교통장관은 93년이후
5년 가량씩 각각 현직에 있다. 가족여성 환경 교육장관은 94년에 임명된
사람들이다.또 권부의 핵심이랄수 있는 총리실에 배치된 3명의 장관급들
도 모두 91년이후 7년째 현직에 있다.

이들보다 더 오래된 사람은 노베르트 블륌 노동장관이다. 그는 82년
10월 정권교체로 헬무트 콜이 처음 총리가 됐을때 같이 노동장관에 입각,
지금까지 16년째 노동장관자리를 지키고있다.작년초 그는 근로자복지 축
소문제로 집권연정의 노선에 반기를 들면서 콜에게까지 정면으로 대들어
충격을 던져준 적이 있다. 그러나 콜총리는 끝내 그를 갈아치우지 않았
다.

물론 독일은 내각책임제 국가이고, 또 연립정권이다보니 각료를 자
주 바꿀 수 없는 형편이 있기는 하다. 그러나 근본 원인은 한번 맡기면
큰 잘못이 없는 한 계속 맡긴다는 독일적인 전통에 있다. 한 하원의원은
"적어도 3∼4년이상은 맡겨야 그사람이 제대로 일할수 있고, 또 그 사람
의 진짜 능력을 알수 있는것 아니냐"고 말했다.

실제 이런 '드문 개각'은 단점보다 장점이 훨씬 많음이 입증되고 있
다. 우선 장관들이 대부분 전문가 뺨치는 수준에 올라 있다. 바이겔이나
블륌 같은 장관들은 하원에서 어떤 야당의원이 까다롭게 질의해도 원고
없이 전문실무관료 못지않게 답변할 능력이 있는 사람들이다. 정책의 혼
선도 좀처럼 보기 힘들다. 정책의 일관성이 너무 보장되다보니 오히려
한번 정해진 정책을 바꾸기 힘들다는 경직성 문제가 비판대상이 될 정도
다. 이 모든 것은 그렇지 않아도 별탈없는 나라를 더욱 안정적으로 보이
게 하는 것은 물론이다.

한국에선 첫 김대중내각이 곧 등장한다. YS정권때 너무 잦은 개각으
로 빚어졌던 국정의 혼선과 난맥상을 기억한다면 우리도 이제부턴 사람
을 쓰는 관행을 바꾸는 것이 어떨까 싶다. (김광현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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