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시내 라인강변 독일총리실은 담장이 아닌 철책으로 둘러싸여 안이
훤히 들여다 보인다. 관광버스가 줄지어 서고 사진을 찍어도 아무도 제
지하지 않는다. 짙은 쥐색 건물 4동. 나란히 선 3층짜리 3개가 헬무트
콜총리 이하 직원들의 집무실이고, 약간 떨어져 구석진 곳에 있는 건물
이 관저다. 장식이 거의 없고 검소한 것으로 유명하다.
총리실 직원은 모두 5백여명. 총책임자는 프리드리히 볼 총리실장관
이다.
비서실장격으로, 총리실과 행정부, 의회간의 연락조정도 맡기 때문에
정무장관역할도 한다. 차관급이지만 각료회의 정규 멤버이기 때문에 국
무장관으로 불리는 장관이 볼 장관외에 2명 더 있다.
이들 밑에 차관보급이 책임자인 6개 수석비서관실이 있고, 다시 그밑
에 국, 과가 있다. 제1수석비서관실은 총괄 및 내무, 법무담당, 2실은
외교안보담당, 3실은 사회 환경 교통 농업 연구담당, 4실은 경제 재정정
책 및 각 주정부 업무조정, 5실은 사회 정치분석, 문화정책담당이다. 마
지막 6실은 정보기관 업무조정 및 통제담당. 이들 외에 순수 의전기능만
하는 부속실이 따로 있다.
가장 큰 특징은 직원 대부분이 각부처에서 파견 공무원이어서 지극히
'실무적'이라는 점이다. 총리와 정치생명을 같이하는, 이른바 정치직은
장관급 3명과 수명의 국-실장, 여비서들이 전부다. 정권이 교체되면 파
견공무원은 대부분 원대복귀하기 때문에 행동반경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각 과 정규직원은 대개 과장과 실무비서관 등 2명에 불과하다.
총리실 기능은 총리 의사를 해당부처나 의회에 통보하고, 해당부처
주요 업무를 총리에게 보고하는 실무적 비서기능에 국한된다. 과거 독일
통일 협상 당시에는 일부 총리실관계자들이 막후 밀사 역할을 수행했고,
지금도 슈미트바우어 정보기관담당 장관같은 사람은 해외공작을 지휘하
기도 하지만, 나머지 대부분 비서관은 '순수 비서'일 뿐이다.
매주 수요일 오전 총리실에서 열리는 각료회의에는 3명의 총리실 장
관급이 정규멤버로 참석하고, 각 수석비서관도 배석한다. 토론이 길어지
면, 콜총리가 종을 흔들어 토론을 중단시키고 조정에 나선다. 콜총리에
대한 보고는 장관들이나 수석비서관이 하지만 국장급이 직접 보고하기도
한다.
총리실 자체는 '비서기능' 위주지만 정치직인 장관급중에서는 많은
'실력자'들이 탄생했다. 16년째 장기집권중인 콜총리 아래서 5년간 총리
실장관을 지낸 볼프강 쇼이블레(56) 기민-기사당 원내대표, 89∼91년 독
일 통일기에 총리실장관을 맡았던 루돌프 자이터스(61), 91년이후 7년째
총리실 장관을 맡고 있는 프리드리히 볼(53), 한국의 안기부장격인 베른
트슈미트바우어(59) 정보기관조정담당 장관, 안톤 파이퍼(61) 국내정책
전반 담당이 대표적 예다. (본=김광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