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쟁의 4대 적대국들이 화요일 밤 다시 싸웠다. 휴전성립이후
45년만이다. 미국은 (한방에) 날아가 버렸다.'.
인터내셔널 헤럴드 트리뷴지는 지난 17일 밤 나가노에서 벌어진 쇼
트트랙 스피드스케이팅 여자 3,000m 계주 준결승전에 대한 기사를 이렇
게 시작했다. 여기서 4대 적대국이란 준결승에 진출한 한국, 북한, 중
국, 미국.
6·25 당사자거나 참전국 '대표'다. 신문은 한국전쟁이 승자도 패자
도 없는 휴전상태임을 빗대 '이번 한국전쟁에선 승자가 나왔다'는 제목
을 붙였다. 이후 기사는 전쟁을 화두로 적대국이었던 한국과 중국의 동
반승리(결승진출), 북한과 미국의 패배를 풀어가고 있다. "그래도 우리
는 한 핏줄"이라는 민단과 조총련의 반응도 실었다.
한국이 쇼트트랙에서 잇달아 2개의 금메달을 따낸 후 일본 언론들은
남북 공동응원에 큰 관심을 나타냈다. 아사히(조일)가 발행하는 영자지
이브닝 뉴스는 "한국은 금메달을, 북한은 긍지를 목에 걸었다"며 "최소
한 이날 만큼은 남북대립은 온데 간데 없었다"고 썼다. 나가노 조직위
소식지는 "한국과 북한 모두 승리했다"고 했다.
그러나 정작 국내에서는 남북대결이 시들했다. 쇼트트랙에서 한국은
세계 최강. 어차피 북한은 라이벌이 아니었다. 스포츠에 정치적 옷을
입혀 의미를 덧칠하는 억지춘향식 분위기가 사라진 것도 남북대결이 관
심사에서 멀어진 요인이었을 것이다.
어쨌든 외국의 기사들은 우리를 보는 그들의 눈이 어디를 향하는지
를 알려준다. 남북한, 미국, 중국, 대결 등의 단어 속에서 자연스레
6·25와 분단을 연상하는 것은 어쩌면 우리의 대외적 인상이 아직 그
수준에 머물러 있다는 단서일 수도 있다. (김동석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