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의 열흘 동안 메달은 고사하고 상위권 입상도 없어 IMF 한파가 한
결 더 답답하게 느껴지던 차에 나가노 금메달 소식은 그나마 적지 않
은 위로가 된듯 싶다.
진작부터 쇼트트랙은 우리가 할말이 많은 종목이어서 기대했지만 막
상 금메달을 잇따라 둘씩 따내는 어린선수들이 새삼 대견하고 후련하
다. 88년 첫 시범대회 이후 이 분야에서만 한국은 통산 8개의 금메달
을 따낸 명실공히 세계 최강이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중국 캐나다 등
의 실력이 월등 나아져 시종 우리 선수들과 접전을 벌여 수성이 만만
찮아 보였다.
쇼트트랙은 원래 동양인 체격에 더 어울릴 터인데 서양 선수들의 관
심과 실력도 나날이 달라지는 것 같다. 반면 이번 나가노 동계대회은
세계 신기록의 제조기록을 경신한 대회로 기록될지 모르겠다. 올림픽
기록은 이미 20여개가 깨졌고 남자 1만m를 비롯해 다섯개의 세계 신기
록 우승을 포함해 열아홉개의 새기록이 작성되었다.
이와 같은 신기록 잔치는 빙속 경기장의 첨단 공법과 연관되었다니
과연 기술 진보와 인간의 능력 한계가 어디까지 뻗어 갈지 궁금해진다.
그러나 가장 놀라운 나가노의 이변은 일본의 눈부신 약진이다. 원래
동계올림픽은 구소련과 스칸디나비아 3국, 미국, 캐나다, 독일 등의
독무대였다.
그런데 10년 전부터 일본이 빙속과 알파인 점프 심지어는 노르딕에
이르기까지 상위 그룹으로 급속 부상, 세계를 놀라게 만들었다. 동양
인의 체력 한계를 치밀한 과학적 분석과 첨단훈련, 그리고 강력한 집
념으로 극복한 일본의 부상은 우리에게도 타산지석이 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