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등 국제 금융 효율적으로 사용했다" ##.
'IMF 사태 극복을 위한 멕시코 사례 조사연구단'이 일주일간의 조사
를 마치고 지난 2월7일 귀국했다. 조사단을 이끌고 다녀온 국민회의 유
재건 부총재가 조사 결과를 기고해왔다.
무거운 마음을 이끌고 도착한 지난 2월1일 멕시코시티 공항에서 조
사단은 '반가운 손님'을 만났다. 멕시코의 유력 영자 일간지 'The News'
였다. 이 신문 머릿기사는 우리의 조사 진로를 보여주는 것 같았다. 머
릿기사는 이렇게 시작됐다. "미 재무차관 로랜스 섬머는 금융 위기를
겪고 있는 나라들에 교훈을 줄 수 있는 나라는 멕시코다.".
같은 날, 세디요 대통령은 은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리고 있는 세계
경제포럼에서 연설하고 있었다. 그에게 주어진 연설 제목은 '경제 회복
의 교훈(Lesson from Recovery)'이었다. 그는 연설에서 "우리가 겪고
있는 위기가 최근 아시아 제국과 비슷하다"고 하면서 "내게 무슨 충고
나 교훈되는 얘기를 하라고 하는 것 같지만 내가 무슨 그럴 자격이 있
겠느냐"고 겸손하게 서두를 꺼냈다. 그는 "작가 오스카 와일드는 교훈
을 준다는 것은 언제나 미련한 짓이긴 하지만 유익한 교훈은 엄청난 변
화를 일으킬 수 있다고 말했다"고 했다. 그리고 또 "덴마크 속담에는
다친 다음 충고하는 것은 죽은 다음 약을 쓰는 것과 같다는 말이 있다"
면서 "위기가 닥칠 때는 대통령이나 국가지도자는 특히 솔직하게 상황
을 설명하고 국민들의 협조를 신실하게 구해야한다"고 했다. 그는 또한
"위기 극복은 약을 쓰는 것과 같은 것으로 병을 치료하는 약과 유행성
병으로 퍼져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예방약을 함께 사용해야 된다"는
비유도 했다.
세디요 대통령은 94년 대통령선거에서 집권 제도혁명당 후보였던 콜
로시오가 암살됨에 따라 선거본부장에서 일약 대통령 후보로 지명된 행
운아다. 그러나 세디요는 94년 12월 취임 직후부터 온갖 정치· 경제적
위기 해결에 맞닥뜨려야 했다.
멕시코 경제 위기의 원인은 매우 뿌리깊지만 전임 살리나스 대통령
때인 94년 OECD(경제개발협력기구) 가입 및 NAFTA(북미자유무역협정)
창설에 따른 개혁적 시장 개방 정책으로 그동안 국가 보호 아래 혜택을
누리던 기업들이 흔들리면서부터다. 노동자, 농민, 저소득계층과 중소
기업이 반발하게 되었고, 국민적 반발은 멕시코에서 가장 빈곤한 지역
인 치아피스주에서 NAFTA 발표일인 94년 1월1일을 기한 농민 반란으로
이어졌다. 94년 3월 콜로시오 피살 등의 정치적 불안으로 한 달 동안
외환이 1백억달러나 빠져나가는 외환 유출이 발생했다. 한편으론 국민
들의 소비 성향 상승과 저축률 하락으로 투자 자원의 외채 의존도가 한
층 심화되었다.
● 대통령 '사익' 때문에 국가 위기 초래.
당시는 외환보유고 급감으로 페소화 평가절하가 불가피한 상황. 그
러나 미국의 후원을 업고 WTO(세계무역기구) 사무총장으로 출마, 당선
이 유력시되던 살리나스는 대외 이미지 관리를 위해 무리하게 인위적인
고환율 정책을 고수했다. 이것이 경제 위기의 결정적 원인이었다.
세디요 정부 출범 후 페소화의 평가절하 조처가 취해졌으나 외화의
대거 유출은 돌이킬 수 없었다. 이에 따라 정부 신뢰도가 급락했고, 1
백만명 이상의 실업 사태와 다수의 중소기업이 도산했다. 물가 상승에
따른 실질임금감소, 구매력 저하로 서민생활이 매우 어려워졌다. 노동
자 등 저소득층의 가두시위가 빈발하고 민생범죄가 급증했다.
이같은 경제·정치·사회적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연초 2백92억
달러에 달했던 외환보유고는 94년 12월 말 61억달러로 떨어졌다. 결국
멕시코의 외환 위기는 우리나라가 대기업 연쇄 부도에 따른 국가 신인
도 저하로 금융기관의 외채 조달 차질로 야기된 것과는 달리 정부 공채
과다 발행, 정치·사회적 불안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발생했다고 볼
수 있었다.
우리 조사 연구팀은 94년을 전후로 재정·금융정책을 직접 다뤘던
인사들과 학자들을 만나 당시 경험과 그들의 노력을 들을 수 있었다.
94년 당시 노사정농 협약 담당자로서 외무장관을 거쳐 현재 재무장관인
구리아, NAFTA 협상대표였던 통산개발부 장관 브랑코, 대학교수들, 언
론인, 중소상공인, 한인 상사지사 대표들과의 면담 내용을 종합해보면
멕시코 정부의 외환 위기 극복을 위한 그들의 노력을 다음과 같이 정리
할 수 있었다.
먼저 위기 극복에 결정적 에너지를 제공한 것으로는 노사정과 농민
대표가 참여한 협의체에서 경제 위기 극복을 위한 연대 협정을 체결한
것을 들 수 있다. 95년 1월3일 공표된 이 협약은 사실은 87년 마드리드
대통령 재임시 국민적 합의를 통해 경제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처음 시
작한 회의로서 초기에는 5개월마다 정례적으로 개최됐었다. 이후 특정
사안이 발생할 때마다 가동돼 국민적 의사 결집 수단으로 기능해왔다.
그러나 문제는 이것만으로 해결되지 않았다. '1·3 협약' 발표와 국제
패키지 금융 지원에도 불구하고 금융시장 마비, 외국인 투자 중단, 페
소환율의 불안정이 계속되자 세디요 정부는 1·3협약을 구체화하는 동
시에 IMF 권고 사항을 반영한 '행동 계획'을 발표했는데 이를 '신경제
계획'이라고도 한다. 이는 경제 위기 극복에 밑그림 역할을 했다.
다음 세디요는 5월31일 본인 재임 기간인 1995년∼2000년간의 국가
발전 중기 계획을 발표했는데 이 계획은 페소화 폭락 사태로 좌절감에
빠진 국민들에게 금세기 말 6년간의 청사진을 제시하고 이를 통해 21세
기 멕시코가 현재 위기를 극복하고 명실상부한 선진국 대열에 합류하기
위한 비전 제시였다. 이 계획에 따라 각 부처는 세부 실천 계획을 마련
하며 간행물을 발간, 공표함으로 대통령 재임시 국가 정책 운용 목표를
명확히 한다는 목적이 깔려 있었다. 95년 10월엔 노사정농간에 '경제
회복을 위한 동맹'이라는 새로운 연대가 체결돼 15가지를 합의했다.
세디요 정부는 은행 부실화 방지와 기업 활동 지원을 위해 '예금보
험기금제도'를 마련했다. 이와 더불어 부실 채권 발생과 자영업자 도산
을 막기 위한 다양한 조처들이 시행됐다. 이에 따라 95년 말 80%대까지
이르렀던 초고금리에 따른 여수신 대혼란 사태를 예방할 수 있었던 것
으로 평가되고 있다.
정부가 이 조치에 소요한 비용은 1천8백11억페소로서 96년 GDP의 8%
를 차지했다. 정부의 지원 정책에도 불구하고 부실 은행은 정부가 인수
(3개 은행)하거나 외국 은행에 경영권을 양도(5개 은행)하도록 조치했
다.
● "한국,외국자본 유치위한 투명성이 중요".
이상과 같은 조치로 세디오 정부는 94년 말 외환 위기를 단시일 내
에 극복할 수 있었는데 그 주요 원인은 미국 등 국제 금융 지원을 효율
적으로 사용한 점, 특히 국내적으로 별 인기가 없는 긴축금융정책과 자
율변동환율제를 지속적으로 실시한 것 등이 꼽힌다. 긴축금융정책과 자
율변동환율제 실시에 의한 수출 가격 경쟁력 향상으로 고질적인 무역수
지적자를 치유했다.
동시에 적극적인 외국인 직접 투자 유치로 국내 고용도 증가되고 있
는 중이다.
멕시코 경제는 향후 성장이 예상되긴 하나 장기적 경제 호황에 의해
수입이 증가될 가능성이 커짐에 따라 또다시 경상수지 적자와 정부 지
출 증대에 따른 재정수지 적자가 예상된다. 이는 6년 단임제의 대통령
임기와도 연계돼 있다. 역사적으로 82∼83년, 87∼88년, 94년 말 등 멕
시코 경제 위기가 대통령 교체시 발생했던 점을 감안하면 취임 당시 신
임대통령은 전임 정부의 방만한 재정 적자를 메우기 위해 긴축금융정책
을 실시하고 정권 안정기인 2∼3년 후에는 업적을 남기기 위해 지출을
늘리는 경향이 있는 것이다. 멕시코 경제의 근본 불안 요인인 국내 저
축률부진, 금융기관의 부실, 투자자본의 과도한 해외 의존도가 치유되
지 못하고 장기적으로 지속되는 약점도 아직 치유됐다고 보기 힘들다.
따라서 멕시코 경제의 장기적 성장 여부는 세디요 정부의 현 긴축재정
정책이 얼마나 지속되느냐에 달려 있다고 하겠다.
멕시코 관료들은 대체로 한국이 단시일 내에 위기를 극복할 것이라
고 말했다. 상공개발장관은 95∼96년 멕시코 경제가 어려울 때 많은 외
국투자회사가 철수했으나 한국의 투자회사인 대우 삼성 LG 등은 계속
버텨줘서 감사하다는 말을 했다. 구리아 재무장관은 한국은 멕시코에
비해 세가지 장점이 있어 속히 회복될 것으로 확신한다고 했다. 첫째는
경제의 기본이 튼튼하다는 것, 둘째 저축률이 역사적·문화적으로 높은
나라이며 셋째 무역과 수출을 많이 해본 나라로서 다시 한번 수출 드라
이브 정책을 펴면 곧 회복될 것이란 말을 하면서 특히 외국자본 유치를
위한 '투명성'을 강조했다. (국민회의 부총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