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 이러면 경제수석은 교체되겠군.".

김대중 대통령 당선자가 차기 정부 청와대 수석비서관 대상자 명단
12명을 내놓은지 하루뒤인 8일, 국민회의 한 고위당직자는 아주 쉽게
입을 열었다. 그가 지목한 이는 10일 경제수석으로 확정 발표된 김태
동 성균관대 교수. 그의 강성 개혁론에 대한 재계의 반발과 우려, 진
보성향의 언행 등이 화제를 불러일으키자 "언론검증을 하겠다고 내놓
았는데 이 정도면 바꿀 수밖에 없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이 당직자
만의 얘기가 아니었다.

그런데 교체설은 반나절만에 쏙 들어가버렸다. 김 당선자의 뜻이
워낙 확고해 다른 사람이 임명되는 일은 없을 것이란 메시지가 여러
경로를 통해 확인된 탓이었다.

"그러면 새삼 언론검증은 왜 해?".

이런 의문들이 채 고개를 들기도 전에 교체설의 초점은 정무수석
과 사회복지수석 쪽으로 옮겨갔다. 두 수석 후보로는 각각 3명씩이
발표됐다. 그러나 정무수석의 경우 김 당선자의 기능 경량화 지침이
전해지면서, 야당총무 출신의 김정길 후보부터 소리도 없이 탈락했다.

이후에는 무명에 가까운 측근 이강래 총재특보냐, 그래도 원내경
험이 있는 측근 문희상 전의원이냐로 좁혀졌고, 이 각축은 당내 파워
게임 양상으로까지 번졌다.

사회복지수석을 둘러싸고는 관련 사회단체들이 성명을 내는 등 정
치권밖의 목소리도 컸다. 그러나 내밀한 과정을 뜯어보면 이 역시 정
무수석 케이스를 빼닮았다. 사회단체들이 가장 목청을 높여 반대했던
이는 윤성태 전보사부차관이었으나 정작 집권세력내에서는 거의 문제
가 되지 않았다. 김 당선자의 무게중심이 이근식 내무차관 쪽에 실려
있다는 사실이 전해진 탓이었다. 이후 '왜 하필 YS 사람이냐'는 불만
들이 터져나와 눈덩이처럼 커졌고, 결국 최종순간 조규향 부산외국어
대총장으로 바뀌어 발표됐다. 조 총장은 당초 '지방대 J총장'으로 발
표됐던 사람. 자연 J씨가 누구냐로 혼란이 일었고 이로 인해 그는 정
작 '검증'의 초점대상에서는 비켜서 있었던 셈이었다.

김 당선자측은 이번 '언론 검증' 과정에 대해 "좋았다"고 자평했
지만, 실상은 '언론 검증'과는 거리가 먼 '당내 검증'에 불과했다는
느낌이다. (홍준호·정치부차장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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