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부도 위기를 맞고 있는 인도네시아가 식량위기라는 이중고를
겪고 있다. 엘니뇨로 인한 곡물수확 차질과 루피아화 폭락, 국가보
조금 폐지 등으로 식료품 가격이 급등하면서 이에 항의하는 폭동이
전국 각지로 확산되는 등 사회적 불안이 심화되고 있다.
지난 한주 동안에만도 생필품 부족과 가격 인상 또는 인상설에
자극받아 10여개 도시에서 소요사태가 발생, 동부 플로레스섬에서
주민 1명이 숨지기도 했다. 이와 관련 인도네시아 군과 경찰은 8일
수도 자카르타를 완전 장악, 소요사태에 대비한 경계태세에 들어가
는 등 상황이 급박하게 전개되고 있다.
인도네시아는 지난해 엘니뇨 영향으로 50년만에 최악의 가뭄을
겪었고, 올해도 그 영향으로 흉작이 예상돼, 올 한해동안 쌀 5백만t
을 수입해야 할 것으로 전망된다. 여기에다 루피아 환율이 1달러당
2천4백루피아선에서 9천5백 루피아선으로 급등한 여파로 지난 10개
월간 식품 가격이 평균 24%나 올라 빈곤층의 불만이 폭발하고 있다.
인도네시아는 쌀외에도 연간 밀 수요량 4백만t 전부와 설탕과 콩 수
요량의 3분의 1 정도를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그러나 인도네시아 식량위기는 이제 시작단계에 불과하다. 그동
안 식품가격을 낮게 유지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던 국가보조금
이 국제통화기금(IMF)과의 합의에 따라 대폭 삭감되거나 폐지될 예
정이어서 식품가격은 더욱 폭등할 것으로 보인다.
인도네시아는 그동안 '불록(Bulog)'으로 불리는 국영기관이 주요
농산물 교역에 대한 독점권을 가지고 있었으며, 국가보조금을 통해
이를 염가로 공급해왔다. 그러나 IMF와의 합의에 따라 지난 1일부터
쌀을 제외한 다른 농산물에 대한 교역 독점권이 폐지됐다.
아직까지는 '불록'이 사실상의 독점권을 계속 유지하면서 재고물
량의 방출을 통해 가격인상을 최대한 억제하고 있지만 오는 3월말까
지 버티는 것이 한계다. 이에 따라 설탕, 콩, 밀가루 등 주요 식품
가격은 루피아화 환율급등에 따른 가격 인상요인을 반영, 앞으로 수
주일내 2백50∼5백%까지 폭등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 경우 최근 들어 확산되고 있는 식량폭동은 더욱 심각한 양상
을 띠게 될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 가자 마다대의 루크만 수트리
스모 교수는 "최근의 폭동은 식품가격 인상 때문에 발생한 것으로
정치적 색체를 띠고 있지 않지만 식량위기에 대한 대책이 마련되지
않을 경우 정권이 위험해질 수도 있다"고 경고하기도 했다.(김기천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