핀란드의 미카 밀릴라에(28)는 가운데 이름이 '눈덮인 숲에서 스키
를 타고 나무열매로 연명하는 남자'라는 뜻인 '카르파시'. 눈이 쌓인
정도와 질을 보고 어떤 스키를 신어야 하고 어느 정도 왁스 칠을 해야
하는지를 훤히알 수 있을 정도의 설인인 그가 이번에 주운 열매는 금
메달이었다.

밀릴라에는 9일 하쿠바 스노 하프코스서 열린 남자 크로스컨트리
30㎞ 클래식 경기서 우승했다. 64년 인스부르크대회 이후 크로스 컨트
리 부문서 핀란드가 34년만에 안은 첫 금메달이고 자신의 첫 올림픽
메달이었다.

밀릴라에의 우승엔 '높은 집(altitude house)'이라는 시뮬레이터가
한 몫을 했다. 산소를 인공적으로 희박하게 만들어 고지대서 훈련하는
효과를 노린 장치였다.

밀릴라에는 이런 훈련을 통해 최악의 상태를 보인 스노 하프 코스에
서 놀라운 체력을 보였다. 스노 하프는 가뜩이나 오르막과 내리막의
기복이 심해역대 어느 대회보다 험난한 것으로 소문난 코스. 적설량은
무릎까지 빠지는 45㎝이상이었다. 이날 아침까지 18시간동안 앞을 구
분하기가 힘들 정도의 폭설이 내린 점 역시 선수들을 힘들게 했다. 밀
릴라에는 "핀란드와 눈의질이 달라 스키를 선택하는데만도 한 시간이
소요됐다"며 어려움을 호소했지만 결국 '탁월한 선택의 결과'로 핀란
드 깃발을 입에 문 채 환호하는 관중에 답례하는 기쁨을 누렸고 자신
의 마지막 올림픽무대를 화려하게 장식했다. 1시간33분55초8의 우승기
록.

12살때 본격적으로 선수생활을 시작한 밀릴라에는 92년 국가대표로
발탁됐고 지난해 노르웨이에서 열린 세계선수권대회에서는 50㎞에서
금메달을 획득, 단숨에 '핀란드 영웅'으로 떠올랐다. 183㎝, 74㎏의
크지않은 체구지만 지구력과 힘이 뛰어나 장거리에 강하다.이번 대회
서는 10㎞, 15㎞, 50㎞와 릴레이에도 참가할 예정이어서 또 다른 금메
달까지 바라보고 있다.(성진혁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