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용품 가격의 폭등으로 병원들이 진료용 소모품을 소독해 재사
용하거나, 사용량을 제한하고 있어 의료서비스의 질 저하가 우려되고
있다.
서울대병원은 최근 의료용품 경비를 절감하고, 일부는 국산으로
대체할 것 등을 골자로 하는 'IMF 극복을 위한 긴축 운영안'을 마련했
다. 삼성서울병원도 최근 '업무연락'을 통해 수술용 장갑의 사용을 줄
이거나 소독해 재사용하고, 거즈나 링거액 사용을 줄일 것을 전 의료
진에게 지시했다. 일부 중소 병-의원에선 감염 위험이 있음에도 불구
하고 일회용 주사기나 수술에 사용된 거즈까지 소독해 재사용하고 있
는 실정이다.
관행적으로 환자가 비용을 부담했던 소모품 사용도 크게 줄이거나
국산으로 대체하고 있다. 1개에 2천∼1만원씩 하는 수입 봉합사의 경
우, 한번의 수술에 많으면 60∼70개까지 쓰인다. 그러나 최근의 검찰
수사로 의료보험이 인정하지 않는 소모품 비용을 환자에게 부담시킬
수 없게 되자 병원들은 의사들에게 가급적 국산 봉합사를 이용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의사들은 국산 봉합사가 꿰매는 시간이 오래
걸리는 데다 피가 많이 나고 감염의 위험이 있다는 등의 이유로 수입
봉합사 사용을 고집하고 있어 병원측과 마찰을 빚고 있다.
수술 뒤 상처에서 나오는 피를 빨아들이기 위해 수술부위에 박아
놓는 '헤모 백'의 경우도 사용량을 절반 이하로 줄이는 추세다. S병원
정형외과 한 전문의는 "디스크수술을 한 뒤 피가 완전히 빠지지 않으
면 피가 굳으면서 신경을 눌러 상태가 악화될 수 있기 때문에 헤모 백
장착이 불가피하나, 그 비용을 환자에게 청구할 수 없게 됨에 따라 사
용을 줄이고 있다"고 말했다. 수술중의 감염을 방지하기 위해 사용하
는 소독포나, 수술 흉터를 없애기 위해 사용하는 자동봉합사(스테플러)
등을 사용하지 않는 병원도 늘고있다.
이 때문에 환자들이 필요한 소모품을 직접 구입해 의사에게 갖다
주는 경우도 나타나고 있다. 일부 병원에선 병원에 소모품 판매 창구
를 개설해 놓고 있으며, 의료기 판매상이 병실을 돌며 판촉활동을 하
는 것을 묵인하는 곳도 있다.
신촌세브란스병원 이종길 사무처장은 "의료보험 체계가 잘못된 데
다 IMF 한파까지 겹쳐 결과적으로 의료서비스의 질이 큰 폭으로 떨어
질 위기에 처했다"며 "'의료의 질'을 고려하지 않는 '사회주의적 의료
보험체계'부터 뜯어고쳐야 한다"고 말했다. (임호준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