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DJ 비자금사건'에 대한 수사에 '공식' 착수한 것은 대통령
취임 이전에 정치권과 검찰의 부담을 덜어내기 위한 형식적인 절차로 보
인다.

지난해 10월 한나라당의 고발에도 불구하고 비자금 수사를 유보했
었던 검찰은 대선 직후 '정식으로 수사에 착수해 김대중 당선자취임이
전에 마무리한다'는 방침을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식 고발사건을 수사조차 하지 않고 넘기는 것은 대통령당선자에
게도 부담이 되고, 검찰로서도 정도가 아니기 때문이다.

검찰의 태도에서는 그러나 의혹사건 수사에 나서는 결연함은 보이
지 않는다. 검찰관계자들은 비자금 수사를 하려면 재벌의 계좌를 파헤쳐
야 하고, 그렇게 되면 가뜩이나 어려운 우리 경제에 치명상을 입힐 수도
있다고 말하고 있다.

그런데다 김당선자가 취임하기도 전에 적극적인 수사를 한다는 것
도 부담이 아닐 수 없다는 게 검찰관계자들의 토로다.

박순용 대검중수부장은 수사계획을 밝히면서 "수사 범위는 고발장
내용에 국한하겠다"고 못박았다. 친-인척을 통한 비자금 관리와 10개 기
업으로부터 받은 자금, '20억+α'사건과 관련한 무고혐의만이 수사대상이
라는 뜻이다.

DJ비자금과 함께 문제가 돼온 YS 대선자금이나 신한국당 경선자금
등의 의혹은 다루지 않겠다는 것이다.

수사 실무팀들의 얘기는 좀더 적극적이다. 이들은 "사전 조사를 한
결과 대부분 계좌가 비자금과 무관한 것으로 드러났다" "한나라당의 고발
이 성급했다는 느낌이 들었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때문에 법조계에서는 이 사건이결국 '무혐의'처리될 것이라는 관
측과 함께 "모양 갖추기를 위해 결론이 예정된 수사를 한다"는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다.

하지만 형식적인 수사라 하더라도 검찰이 넘어야할 장애물도 적지
않아 보인다. 우선 피고발인인 김당선자에 대한 수사. 당선자를 '감히'
조사하기도 어렵거니와, 대외 신인도 하락 등 부작용을 낳을 수 있기 때
문이다.검찰은 따라서 정식 소환대신 '서면조사'방식을 검토하고 있는 것
으로 전해졌다.

그러다 보니 폭로의 당사자인 이회창 한나라당 명예총재에대한 수
사도 부담이 되는 상황이다. 피고발인은 강삼재-이사철 의원이지만 대리
인-대변인 자격이어서 이명예총재에 대한 조사는 불가피하고, 상대적으로
실정법위반이 될 가능성이 많은 부분이다.

검찰 관계자는 그러나 "형평에 맞게 처리하겠다"고 밝혀 향후 검찰
수사가 정치권의 화해 조짐과 맞물려 이뤄질 가능성을 시사했다.

(김홍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