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아이스하키 리그 챔피언 결정전 2차전이 끝난 25일 오후 목동
실내링크. 연세대 골게터 신승익은 상대팀과 동료 선수들이 빠져나간
뒤에도 옷을갈아입지 않았다. 누구를 기다리는 눈치. 이내 아이스하키
협회 신호경 전무가 나타났다. 아버지였다. 평상복을 벗은 신 전무는
아이스하키 보호장구를 찬 뒤 유니폼을 걸쳤다. 곁에는 아들의 라이벌
인 광운대 김강현과 협회 동료인 김성규 심판이사가 무장중이었다.
6살, 3살난 아들에게 스틱을 쥐어주고 있는 고재정 사무국장도 보
인다. 이미 주변엔 같은 차림을 한 중년들과 '젊은 닮은꼴' 40여명이
북적거렸다. 다들 잘 알고 지내는 사이지만 이렇게 한데 모인 것은 처
음이다.
이날의 모임은 아이스하키협회가 마련한 '부자 아이스하키인 상견
례' 자리였다. 협회 박갑철 회장이 제안해 성사됐다. 평소 아이스하키
인들끼리 교류도 활발한 데다, 다른 스포츠에 비해 유난히 '부자 세습'
이 많아 아예 정기적으로 우의를 다져보자는 취지였다. 실제로 협회임
원과 일선팀 감독,코치들은 대부분 자녀가 스틱을 잡고 있다. 아들
2명을 모두 선수로 키운 이도 6명이나 된다. 동원의 박규호는 60년대
에 대표선수를 지낸 박 회장의 뒤를 이어 태극마크까지 물려받았다.
어렸을 때부터 아버지가 운동하는 것을 봐온 데다, 스케이팅과 하
키를 함께 할 수 있어 일찍 흥미를 가진 덕분이다. 아버지들도 자녀의
체력과 진취적인 성격을 기르는 데는 그만인 아이스하키 예찬론을 편
다. 격렬한 경기여서 부상걱정이 있긴 하지만 장비를 착용하면 뜻밖에
다치는 일도 적다고 한다.
부자 선수들은 다같이 모여 사진을 찍고 링크를 돌았다. 조금 전
까지 경기장에 몰아치던 승부의 열풍은 가족, 동료간의 우애로 어느새
바뀌어 있었다. (성진혁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