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훈 파문'이 해결 방안을 찾았다. 이상훈의 실질적인 대리인인 재
미교포 김학수씨는 22일 "이상훈이 자유계약 신분만 획득하면 메이저리그
(MLB)에 진출하는 길이 열릴 것"이라고 말했다. 김씨는 "MLB로부터 이상
훈이 자유계약선수 자격을 획득하지 못하면 MLB진출은 불가능하다는 통보
를 받았다"며 "LG와 한국프로야구의 결단을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이상
훈이 자유계약선수가 되려면 LG가 이상훈에 대한 보유권을 포기해야 한다.
따라서 LG와 보스턴 레드삭스 간에 맺었던 임대형식의 기존 계약은 파기
가 불가피하게 됐다.

◇ 왜 이런 일이 생겼나.

'이상훈 파문'의 원인은 '이라부 사건'이다. 지난해 MLB에 진출한 일본
인 투수 이라부 히데키는 전 소속팀 지바 롯데 마린즈의 자매구단 샌디에
이고 파드리스를 거부하고 뉴욕 양키스를 원했다. 당시 롯데와 파드리스
는 LG 레드삭스의 계약과 똑같은 2년 임대계약을 맺었던 것으로 알려졌
다.

그러나 양키스는 "이라부는 누구와도 자유롭게 계약할 수 있어야 한다"
고 주장, 파드리스와 롯데 간의 합의에 제동을 걸었다. MLB는 진상조사위
원회를 구성, 두달간의 조사끝에 지난 해 4월 파드리스 구단의 독점협상
권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결론을 내렸다. 이후 MLB와 일본프로야구(NPB)는
구단간 임대계약을 금지키로 했다.

'이라부 판례'에 따라 보스턴 레드삭스와 LG의 독점협상은 절대 불가능
하다는 게 MLB의 주장이다. 외국 프로구단 소속 선수가 MLB에 진출할 때
는 그 선수가 자유계약선수 신분을 획득해 MLB 30개 구단 모두와 동등한
협상을 벌여야 한다는 게 현재의 MLB측 입장이다. 최근 뉴욕 메츠에 입단
한 일본 야쿠르트 스왈로스 출신 투수 요시이 마사토가 좋은 예. MLB는
요시이가 자유계약 선수이어서 아무런 이의를 달지 않았다.

◇ 레드삭스의 입장.

레드삭스는 23일(한국시각) 댄 두켓 단장을 커미셔너 사무국에 보내 MLB
측을 설득할 예정이다. 그는 한국야구위원회(KBO)가 보낸 "KBO로선 이상
훈의 메이저리그 진출에 아무런 반대의사가 없으니 협조해 달라"는 공문
을 지참한다. 그러나 이 설득이 효과를 볼 가능성은 희박하다. 결국 레드
삭스가 이상훈을 얻기 위해서는 다시 LG가 아닌 이상훈 본인과 재협상(이
상훈이 자유계약선수 자격을 획득했다는 가정 아래)을 벌여야 한다. 여기
서 발생하는 또 다른 문제는 시간.

레드삭스가 LG와의 당초 계약에서 470만달러라는 거액을 지불한 것은
이상훈을 당장 올시즌에 써먹을 수 있다는 계산에서 였다. 따라서 만약
이상훈의 합류가 늦어지면 손을 뗄 가능성도 있다. 협상이 지체돼 이상훈
이 4월에나 합류할 때엔 지난해 이라부처럼 투자한 만큼의 소득을 건지지
못할 가능성도 있다는 것이 레드삭스측의 판단이다.

◇ LG의 입장.

LG로선 레드삭스와의 구단간 임대계약이 승인을 받지 못하게 됨에 따라
형식상 이상훈 문제에 대해선 손을 떼야 할 입장이다. 물론 이상훈의 미
국진출을 백지화시킬 권리도 있다. 그러나 이것은 선수의 반발과 여론의
비난이 심할 것이 뻔해 결국 이상훈을 자유계약선수로 풀어주는 쪽으로
결말이 날 가능성이 높다. 최종준단장은 "선수와 옵션계약을 맺으면 당초
보스턴으로부터 받기로 했던 만큼의 임대료는 보전될 것"이라고 말해 이
를 자유계약선수로 풀 것을 시사했다.

◇ 이상훈의 보스턴행은 가능한가.

LG가 이상훈을 자유계약선수로 공시하고 KBO가 MLB측에 이 사실을 통보
하면 이상훈은 자유스럽게 MLB 구단들과 입단협상을 벌일 수 있다. 김학
수씨는 "시일을 끌어서는 안된다. LG측에서 빠른 결단을 내려야 이상훈이
레드삭스측과 새로운 협상을 벌일 수 있다"고 말했다.

따라서 기존의 LG-보스턴간 계약은 무효로 돌리고 이상훈-보스턴간 계
약이 성립돼야 이상훈이 메이저리그에 갈 수 있다는 얘기다. 이 경우 LG
는 형식적으로는 계약주체가 아니기 때문에 단 한 푼의 임대료나 트레이
드머니를 챙길 수 없다. 단지 이상훈과의 옵션계약을 통해 얼마간의 이익
은 챙길 수 있을 전망이다. 하지만 보스턴이 임대료나 트레이드머니에
해당하는 거액을 자유계약선수가 된 이상훈에게 줄 지는 불확실하다. 동
국대에서 훈련중인 이상훈은 "하루빨리 사태가 해결되기를 바랄 뿐"이라
며 "자유계약선수가 된다해도 보스턴행만을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고석태기자·야구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