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은 내가 제일 싫어하는 과목이었다. 중학교 때 데생시간에는
지루함을 참지 못해 하품을 하다 벌까지 섰다. 그랬던 내가 미술에
빠진 것을 보면 누구든 미술애호가, 나아가 컬렉터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아마추어 화가들 중에 영국의 윈스턴 처칠이 2차세계대전의 소용
돌이 속에서 수채화를 그렸던 얘기는 너무나 잘 알려져 있다. 우리
나라의 박정희 김종필씨 등은 '처칠은 수상일 때도 그림을 그렸다
'는 주위의 권유로 일요화가회 회원이 되기도 했다. 68년 호남에 물
난리가 났을 때 JP는 '수재민 돕기 개인전'을 열어 수익금을 수재민
들에게 보냈다고 한다.
미술은 좋은 취미의 차원을 넘어 그 효용이 이루 말할 수 없이
크다. 러시아의 문호 투르게네프는 "한 점의 그림 속에는 책 수십
페이지의 내용이 들어있다"고 말했다. 그림을 많이 보면 한 사물이
나 현상을 여러 각도에서 볼 수 있는 혜안이 생긴다. 피카소는 정면
과 측면이 동시에 보이는 얼굴을 아인슈타인의 상대성 원리 이전에
그렸으니 화가의 직관에서 학문적 영감을 얻을 수도 있을 것이다.
작년 가을 나는 '그림과 그림값'이란 체험적 미술시장 이야기를
책으로 낸 바 있다. 그 후 춘천의 치과의사 선생님부터 부산의 대학
생에 이르기까지 많은 분들의 격려 전화와 편지를 받았다. 여기서
내가 느낀 것은 많은 사람들이 관심은 있지만 정보 부족으로 접근을
못하고 미술컬렉션이 소수의 전유물에 머물고 있다는 안타까운 사실
이었다.마지막으로 내가 만든 컬렉션 5계명을 소개하고 이 시리즈를
끝내려 한다.
첫째, 안목은 사 보아야 생긴다. 10만원하는 작품이라도 꼭 하나
직접 사보자. 둘째, 처음에는 신인의 그림을 사지 말고 원로나 중견
작가의 그림을 사라. 원로작품도 소품이나 수채화는 비싸지 않다.셋
째, 안목이 생긴 후에 신인의 그림을 사라. 좋은 작품을 고를 확률
이 높아진다. 넷째, 좋은 작품은 가격에 구애받지 말고 사라. 시간
이 지나면 그 가치가 나타난다. 다섯째, 중간 수준의 그림은 가능한
싸게 사라. 단기간에 재판매할 가치는 유지된다. (김재준·조세
연구원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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