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초등학교 졸업이 학력 전부…밑바닥 전전하다 '늦깎이 등단'##.
'용의 눈물' 작가 이환경(47)씨. 그는 '사극 작가'라는 호칭보다는
'남성드라마 작가'로 불리길 좋아하는 사람이다. 그가 지금까지 집필
한 드라마는 모두 정치, 역사, 주먹세계, 기업 같은 남자들의 활동 무
대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데뷔작인 83년 동아일보 신춘문예 시나리오
부문 당선작 '겨울바람'부터 그랬다. 인천부두 폭력배들 이야기를 그
린 작품으로, 사건 묘사가 뛰어나다는 평을 들었다. 정치깡패 유지광
일대기를 그린 드라마 '무풍지대', 70년대 재계의 무서운 아이로 급부
상하다 급속 몰락한 제세산업 창업자 이창우씨의 삶을 그린 '훠어이
훠어이', 국내 각 폭력조직의 이면사를 적나라하게 묘사한 '적색지대'
같은 대표작들을 봐도 그렇다. 그는 멜로드라마는 못쓴다고 한다. "의
리가 있고 남자로서의 강인함이 느껴지는 세계가 좋다"는 사람이다.
이같은 그의 신념은 밑바닥 인생 역정에서 나왔다. 그는 6·25 나
흘 전 인천에서 태어났다. 아버지는 일본에서 대학을 나온 뒤 철도청
고위간부로 일한 인텔리였다. 그 아버지가 6·25 때 강제로 노동당 입
당원서를 쓰는 바람에 그의 밑바닥 인생은 시작됐다. 아버지는 장기
복역에 들어갔고, 그의 집안에는 형사들이 들락거렸다. 학비조차 대기
어려워지자, 그는 초등학교 졸업 후 집을 나갔다. 부산, 목포, 광주
등지를 떠돌며 구두닦이, 중국집 배달, 부두 경비, 목재소, 세차장,
공사장 같은 데서 일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작가의 꿈을 가슴속 깊이
간직하고 있었다.
그는 열여섯살 때부터 신문사 신춘문예에 응모했다. 하지만 매번
떨어졌다. 초등학교 밖에 못나온 실력이다 보니, 맞춤법에서부터 걸렸
던 것이다. 그의 작문 실력이 부쩍 늘게 된 계기는 공사장에서 만난
소설가 지망생 지요하씨를 만나 맞춤법을 배우고 나서부터였다. 그때
그는 엿장수를 따라다니며 고물로 들어온 헌책들을 죄다 주워 읽었고,
'자유문학' '현대문학' '월간문학' 같은 문학잡지들을 빼놓지 않고 사
탐독했다. 그런 고생 끝에 33살에 드디어 등단, 방송 드라마 작가의
길로 조금씩 빠져 들어갔다.
그가 '용의 눈물'을 맡게 된 것은 우연이었다. 그는 1년여 전 이방
원을 소재로 소설이나 드라마를 써보고 싶어 자료를 모으고 있었다.이
방원에게서 강한 매력을 느끼고 있었던 때문이다. KBS도 그즈음 조선
초 건국과정을 담는 사극을 준비중이었다. 그런데 내정한 작가가 끝내
고사하는 바람에 그가 대타로 지목된 것이다.
그는 전형적인 작가의 모습을 갖고 있다. 술은 말술이고, 취중에
작품을 만들어내는 그런 작가다. '용의 눈물' 한 회분(2백자 원고지
120∼130장)을 완성하기 위해선 이틀을 구상하고 하루 종일 써내려 간
다.
그는 '용의 눈물'을 위해 정사인 '조선왕조실록'은 물론, 정도전의
'삼봉집', 이긍익의 '연려실기술', 야사집인 '대동야승' 같은 고서를
두루 훑고 있다. 그러나 이들 역사책에서 기본적인 사실들만 채택할뿐,
전후 사정을 고려해 자신의 상상력을 많이 덧붙인다. 그는 이를 "역사
책의 행간을 읽는다"고 표현한다. 그는 드라마 작가 80%가 여성이라는
현실에서, 남성 시청자를 위하는 몇 안되는 작가다. 직장과 가정에서
왜소해질대로 왜소해진 남성들에게 '남자의 세계'를 보여주고 위로하
고 싶어한다. '용의 눈물'이 끝나면 전설적 정치 깡패 김두한의 일생
을 담는 드라마를 쓰기로 SBS와 계약했다. (박중현 문화2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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