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일 자민련 김종필 명예총재를 방문했던 미 헤리티지 재단
에드윈 풀러 이사장의 얘기가 자민련 국회의원들 간에 화제다.
"미 하원 의원의 30%가 해외 여행에 필요한 여권이 없다. 그리고
하원의원의 80%는 회기가 시작된 이후 한 번도 해외여행을 한 적이
없다." 회담에 배석했던 이태섭 정책위의장이 깜짝 놀라 "그게 정말
이냐"고 물었다. 풀러이사장은 "세금을 낸 사람들이 작심하고 의원
들을 지켜보고 있어, 절박한 국익에 관계되지 않는한 의회 돈으로
해외방문을 하기는 거의 불가능하다"고 대답했다. 그러니 미국 의원
들을 상대로 초청외교를 펼치면 큰 성과가 있지 않겠느냐는 게 그의
충고였다.
지난 8일 서울서 열린 아태의회포럼(APPF)에 참석했던 미국측 대
표는 미 하원의 '미한의원협회'가 하와이대 '동서문화센터'의 지원
을 얻어 방한하는 것을 타진중이라고 밝혔다. 우리측 의원들은 대학
연구소의 돈을 얻어, 의원외교를 해야하는 미국 의원들의 처지를 제
대로 이해하지 못했다고 한다.
'대표없이 과세없다'로 출발한 나라답게 미국 의회의 세금감시는
철저하다. 미국 상하양원은 95년부터 매년 5천만달러가 소요되는 대
북 중유제공 지출을 위해 수많은 '결의안'을 통과시켰다. 북한이 북
핵 합의를 한발한발 진전시킬 때만 중유제공이 가능하도록 만든 것
이다.
한국 정부는 94년말 대북 경수로 지원비용 중 35억∼40억달러를
부담하겠다고 미국측에 약속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우리 정
부와 국회가 국민들의 세부담을 고려해, 이 문제를 꼼꼼하게 챙겼다
는 흔적은 어디에서도 발견하기 어렵다.
미국 상하 양원에서는 요즈음 "한국 정부가 방만한 외환-재정 운
영으로 자초한 경제위기를 해결하는데, 왜 미국 국민의 세금을 쏟아
부어야 하는가"라며 IMF의 대한지원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
다. 뉴욕에서 활동중인 비상경제대책위의 외화유치단, 오는 25일 워
싱턴으로 출발하는 국회 의원사절단이 이에 어떤 대답을 할 지 궁금
하다.
(김연광·정치부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