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현채(51)씨는 일요일마다 아르바이트를 한다. 넥타이와 구두는
필요없는 일이다. '직장'에서 주는 셔츠와 운동화차림이면 된다. 휘
슬도 빼놓을 수 없다.
프로농구 심판. 정확히는 객원심판이다. 1주일에 한 경기의 제2
부심으로 나선다. 시즌 개막이후 한 번을 빼곤 모두 서울서 열리는
경기에 출전했다.
그는 67∼76년까지 국가대표로 뛰었던 스타플레이어 출신. 은퇴
뒤엔 국가대표 코치와 기업은행 감독을 거쳤다. 84년 완전히 코트와
작별하고 은행원의 길로 들어섰다. 지금은 중소기업은행 워커힐지점
장으로 재직중.
곽씨에게 농구심판은 낯설지 않다. 기업은행 감독시절이던 80년
1급자격증을 따 1년쯤 여자실업경기서 경력을 쌓았다. 은행일을 하게
되면서부터는 관중의 자격으로 농구장을 찾았다. 후배들이 뛰는 모습
을 볼때마다 코트에 돌아오고 싶다는 생각이 떨쳐지지 않았다. 그러
다 지난해 지방근무를 마치고 올라와 만난 농구연맹(KBL) 김영기 전
무 등선배들의 권유로 마음을 굳혔다. 여름휴가를 내고 KBL심판 교육
에 참가한 것. 그동안 규칙이 많이 바뀌어 새로 공부에 힘을 쏟았다.
데뷔무대는 11월16일 LG 현대전. 판정에 실수가 없을 리 없었다. 곧
정정하기는 했지만 불만을 품은 상대팀 감독은 코트에 나와 항의했다.
이에 테크니컬파울을 선언하지 않았다고 해서 심판진 3명이 공동으로
벌금까지 물었다.
그래도 요즘은 많이 익숙해졌다. 특히 집에선 그의 부업에 대찬
성이다. 부인은 코트를 누비는 남편의 건강한 모습이 보기 좋다고 했
단다. 단지 일요일마다 거르지 않았던 '잉꼬산행'이 중단된 것이 아
쉬울 뿐이다. '성진혁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