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려울 때일수록 따뜻한 감동이 더욱 소중하다. 세종문화회관에서
공연중인 신파극 '불효자는 웁니다'(윤정건 작·문석봉 연출)에 유독
관객발길이 몰리는 이유다. 줄거리는 간단하다. 자식을 성공시키려고
희생하는 어머니 이야기다. 출연진도 나문희 이덕화 나현희 최종원
박준규로 친숙하다.

나문희는 TV 드라마에서 어머니역을 단골로 맡는 중견 배우다.'불
효자…'에서도 희생으로 일관하는 어머니 상을 감동적으로 연기한다.

아들 이덕화는 "아! 이 무슨 운명의 장난이란 말인가" 하는 투 신
파조 대사로 객석을 웃음바다로 만든다. 최종원은 변사처럼 중간중간
뛰쳐나와 "…것이었던 것이었다"며 구수한 해설을 곁들인다. 이시간
만큼은 관객이나 배우나 극장 바깥 고민은 잊은 채 훈훈한 감동과 웃
음에 젖는다.

악극은 40대 이후 중년층에게 묘한 감흥을 안겨주는 장르인 것 같
다 . 반응도 적극적이다. 나문희가 초라한 행색으로 아들 집 주위를
맴돌면 객석 한 구석에서는 쯧쯧 혀 차는 소리가 들린다. "그 자식
보는 재미 없었으면 난 벌써 죽었을거요"라는 탄식엔 "그렇지" 하는
맞장구가 터진다. 신분을 숨긴 채 아들 집 앞을 서성이다 어린 손자
를 와락 끌어안는 장면에선 뜨거운 박수가 터져나온다.

세심하게 공들인 무대 장치와 연출은 극의 재미를 더 한다. 갖가
지 포스터와 소품으로 재현한 50∼60년대 유랑극단 분위기는 타임머
신을 타고 세월을 거슬러간 듯 향수를 자아낸다. 회전무대에, 뮤지컬
처럼 화려한 춤과 노래도 볼만하다. 무대에 영상을 비춰 생기를 살리
고, 가사를 자막으로 준비해 관객들이 따라 부를 수 있게 배려했다.

지난 10일 막 올린 '불효자…' 공연은 18일로 일단 끝났다가 27∼
29일 앙코르 공연에 들어간다. 02(368)1515 '김기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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