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극이 사람들을 모으고, 복고풍 신파극들에도 관객이 줄을 잇고
있다고 한다. 가난한 시절에 대한 중-노년층의 향수 때문이라지만
카타르시스적인 면도 있다. 회상은 현실 세계의 갈망과 가치를 과거
시간속에서 확인받는 기능을 한다. 장터에서 자식의 신발을 흥정하
다가 아이를 잃어버린 것처럼, 가난을 이기자며 앞만 보고 뛰는 사
이에 인간다운 가치들이 사라져 버렸다. 순정과 눈물, 정조와 의리,
예의와 염치, 도덕과 인륜은 먼 얘기가 되어 버렸다.

악극이 각광받는 현상은 울고 싶어도 울 수 없고, 웃어도 기쁨이
없는 세태의 반영이다. 동시에 'IMF'라는 우리의 아픔이 어디서 왔
는지를 가르쳐주는 화두이기도 하다. 인간은 어떤 자세로 소비하느
냐에 따라 삶을 품위 있게 만들기도 하고, 타락시키기도 한다. '천
민 자본주의' '졸부'등의 단어가 횡횡하는 사회에서는 아름다운 영
혼과 정신을 찾을 수 없다. 아무리 성장하는 사회라도 '정의로운 소
비'가 없다면 무의미하다.

지상의 모든 재화는 절대자의 몫으로 남겨져야 한다. 그것이 자
연의 질서다. 그런데 우리는 절대자의 것을 내 것인양 마음껏 쓰고
버리며 방탕하게 살았다. 거기에는 순정과 눈물, 정조와 의리가 없
는 악취뿐이다. 악취란 본래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향기가 썩으면
악취가 되는 것이다.

경제를 살리는 일도 어떤 경제로 살려야 하는지를 먼저 생각해야
한다. 잘못 들어선 길은 시간이 흐를 수록 되돌아와야 할 거리가 멀
어질 뿐이다. 정의가 없는 경제, 삶에 향기가 없는 경제는 죽음의
굿판이다. 경제 살리기에도 명상이 필요하다. "지금 가진 것만으로
는 인간답게 살 수 없는 것인가?" "우리에게 정말 부족한 것이 무엇
인가?"를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 가난한 영성의 시대로 눈을 돌려
야 할때다. '도림동성당 보좌신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