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24장 치고 빠지기 ⑥ ##.

"뭔지 모르지만 여기서도 슬슬 막차 냄새가 난다구요. 도대체가 너
무 요란스러워. 이제는 돗데기 시장이 되었다니까. 돈푼 쥐었으면 연
놈을 가리지 않고 뭐가 뭔지도 모르면서 몰려드는 거 이거 기분 안좋
아요.".

"그게 왜 나빠? 장은 사람이 많이 모일수록 큰장이 서는거 아냐?".

"그게 아니라구요. 장도 장 나름이지. 이렇게 되면 무슨 탈이 나게
되었다니까요. 실은 그래서 요즘은 우리도 전처럼 물량 탐내지 않는다
구요. 재고를 많이 쌓아두기가 불안하다니까.".

"그거 별일이네. 하지만 십만원에는 안되겠어. 생빚을 냈으면 냈지,
그런 헐값에 어떻게 던져? 복덕방 구전에, 오며가며 차비에, 한해 이
자 떼면 남는게 없잖아.".

영희는 그러면서 몸을 일으켰다. 그러자 김상무가 잠시 머리를 굴
리는 눈치더니 가만히 영희의 옷깃을 잡았다.

"이건 모험인데… 2만원 더 얹어드릴께. 이왕 말 난김에 우리에게
넘기슈. 얘들 풀어 오늘 내일 다 흩어버릴 셈잡고 한번 해보지.".

"합의보는데만 1백5십만원이 필요하다니까. 정말 큰일이야. 아무래
도 생빚을 내야할 모양이네. 아이구 그 병신, 웬수같은 인간. 뱃속
의 핏덩이만 아니라도….".

처음부터 그들에게는 팔 생각이 아니었던 영희는 정말로 낭패한 사
람처럼 그렇게 말하며 그 사무실을 나왔다. 김상무도 더는 모험할 생
각이 없는지그런 영희를 잡지 않았다.

"누님, 미안함다. 그이상은 저희들도 받기가 불안해서… 그냥 몇장
맡겨주시면 저희가 힘대로 팔아드리죠."
"내일 아침까지는 합의를 봐야 구속영장 떨어지는 걸 막아. 흩어
질끔질끔 팔 처지가 못돼. 그만 갈께.".

그런 말이 오가기는 했지만 서로가 건성에 가까운 말이었다.

거리에 나오자 갑자기 시장기를 느낀 영희는 가까운 국밥집에서 설
렁탕을 시켜놓고 갑자기 걱정되는 자신의 상품을 처분할 궁리를 거듭
했다.

(이것들도 무슨 낌새를 느끼고 있구나. 아무래도 빠꼬미꾼들에게는
어렵겠다. 그렇다고 난전을 펼 수도 없고… 저쪽 새로 들어선 복덕방
골목에서 한두장씩 쪼개 파는 수밖에 없겠어.).

이윽고 그렇게 마음을 정한 영희는 점심을 먹은 뒤 단대천 위쪽에
새로난 복덕방 골목으로 가서 마땅한 거래 상대를 찾아보았다. 그런데
영희가 첫번째 집에서 15만원에 두장을 넘기고 나왔을 때였다. 갑자기
오토바이 한대가 소리없이 길가에 붙어서는가 싶더니 거기 서있던 어
떤 여자의 핸드백을 나꿔채고 다시 속도를 냈다.

"내 핸드백, 내 핸드백… 도둑이야!".

여자가 미친듯 소리치는 사이에 오토바이는 요란한 폭음과 함께 멀
어지더니 천막골목 사이로 사라져버렸다. 그녀의 비명소리에 몇사람이
주위에 몰려들었으나 그저 오토바이가 사라진 쪽을 멀거니 바라볼 뿐
이었다. 특별하거나 놀라운 일을 목격하고 있다는 표정은 전혀 없었다.

"아이구, 내 핸드백, 아니 우리집, 우리집….".

그사이 길바닥에 풀썩 주저앉은 여자가 그런 울음섞인 외마디 소리
를 내질렀다. 영희는 그 핸드백 속에 무엇이 들어있었는지 짐작이 갔
다.

"아주머니, 여기서 이러지 마시고 어서 파출소에 신고하세요. 다른
건 몰라도 분양증은 찾을 수 있을 거예요. 그건 돈처럼 누구 것이란
표시가 없는물건이 아니잖아요? 아주머니가 분양받은거라면 아주머니
이름이 있을거고 전매한 거라두 원주인 이름은 알고 있으실거 아녜요?".

영희가 그녀를 부축하며 위로삼아 그렇게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