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보비리 사건으로 실형이 확정된 국민회의 권노갑, 신한국당 홍인길
두 전의원이 곧 풀려나게 된데 대해 곱지않은 시선이 쏟아지고 있다.
이들에 대해 형집행정지로 석방키로 한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검찰에는
이를 비판하는 전화가 적지 않다고 한다.

권, 홍 전의원의 석방을 꼭 색안경을 끼고 바라볼 일만은 아닐 것이
다 .형사 사법운영에서 인신 구속만이 능사는 아니며, 두 사람의 경우
수감생활이 어려울 정도로 건강이 악화돼 있다는 의료진의 소견이 나와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이번 결정에는 몇가지 짚고 넘어가야 할 대목이
있는 것 같다.

우선 형평성의 문제다. 검찰이 과연 다른 피고인들의 경우에도 지병
을 이유로 이렇게 쉽게 형집행정지 결정을 내린 예가 있을까. 그보다는
오히려 고집스럽게 구속수감을 원칙으로 삼았던게 지난날의 검찰이었다.
12·12 사건으로 구속됐던 한 인사의 경우가 좋은 예다. 그 피고인의
가족들은 형 확정이후 암이 발견되자 "병원에서 치료를 받을 수 있게
해달라"고 간청했으나 결국 사망하기 얼마전에야 병원치료를 받을 수
있었다고 한다.

이번 결정은 또 편법을 동원해 '사실상' 사면조치를 내린 것이라는
비난도 피할 수 없을 것 같다. 우리 법에는 형이 확정된 피고인이라도
건강이 나빠지면 병원에서 치료받을 수 있는 길이 열려있다. 교도소장
직권으로도 외부 병원 치료는 가능하다. 그럼에도 검찰이 굳이 형집행
정지조치를 내린것은 '병원으로 주거가 제한되지 않고' 일반인과 똑같
은 정상 활동을 할 수 있도록 특혜를 준 것 아니냐는게 법조계의 시각
이다.

물론 검찰 관계자들은 이번 결정이 정치권의 압력때문에 내려진 것은
아니라고 말하고 있다. 하지만 검찰도 이번 결정을 내리기까지 정치권
의 압력과 국민의 따가운 시선 속에서 적지 않은 고민을 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결정이 알려진 후 한 검사는 "여야의 실세로 꼽히던 두
사람에 대해 국민회의와 청와대 모두가 마음의 부담을 안고 있었던 모
양"이라고 말했다. 딱히 압력의 실체를 확인할 수는 없지만, 대통령선
거가 끝나고 권력의 중심이 이동하는 와중에서 서둘러 이런 결정이 내
려지는 현실을 보면서 씁쓸한 생각을 감출 수 없었다.

'이창원·사회부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