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역대정권 단골 메뉴...법제화해야 ##.
김대중대통령당선자는 13일 4대 재벌 총수와 회동을 통해새 정권의
재벌정책 골격을 서둘러 매듭지었다.
이날 드러난 새 정권의 재벌정책 골격은 ①결합재무제표 등을 조기
에 도입해 기업 경영의 투명성을 높이고 ②상호지급보증 해소 등으로 재
벌의 문어발식 경영을 대폭 정리하고 ③주력 핵심 업종으로 전문화하며
④재벌 오너와 경영진의 책임을 강화한다는 것 등.
산업연구원 이규억원장은 "이번에 재벌정책의 큰 골격은 제대로 갖
춰졌다"면서 "다만 국민적 여망이 있는 이 시점에 서둘러 개혁을 단행해
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김당선자는 "새 정부는 대기업에 적대적이거나 불이익을 줄
생각이 없다"고 총수들을 달래면서도, "기업이 양만 가지고 평가받는 시
대는 끝났다"면서, 지금까지 대기업 우선의 경제정책을 수정할 의지를 비
쳤다.
이에 따라 그는 유독 재벌 오너들에 대한 책임을 강조했다.
합의문에 구조조정때 지배주주가 자신의 재산을 제공해 증자하거나
대출에 대해 지급보증을 서는 등 자구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대목이 들
어 있다.
이는 '기업은 망해도 오너와 경영인은 살아남는다'는 국민적 불신
과 거부감을 고려한 일종의 정치적 주문이다.
하지만 신 정권의 재벌개혁은 얼핏 들으면 대단한 결단 같지만, 그
동안 정부 안팎에서 숱하게 논의돼 온 내용이어서 새삼스러울 게 없는 사
항들이다.
이건희 삼성 회장도 즉석에서 "4∼5년 전에 나왔다가 들어간 안들"
이라고 핵심을 짚었다.
예를 들어 총수 개인 재산을 경영에 투입하라는 주문은 과거 박정
희대통령-전두환 정권때부터 등장했고, 주력 핵심 업종을 중심으로 계열
사를 매각하라는 부탁도 역대 정권때마다 나왔다가 사라진 재벌 길들이기
의 단골 메뉴였다.
과거 적지 않은 재벌 총수들이 새 정권의 압력에 못 이겨 주식 헌
납이나 무소유경영까지 선언했지만, 언제나 정치 쇼같은 허망한결말을 맺
고 말았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정치적인 주문'이 아닌 '법률적인 틀'을 통
해 오너의 전횡을 견제하고, 사내 경영민주화를 추진해 줄 것을 요청하고
있다.
예를 들어 이사회와 주주총회-감사 등 법률적으로 권한을 가진 조
직에게 실질적인 권한을 제공하고, 소액주주의 권한을 강화해 주는 장치
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서울대 조동성교수는 "그동안 정부가 대기업을 중심으로 경제를 키
우는 바람에 소액주주를 위한 제도가 미흡했다"며 "이번 재벌정책에도 이
같은 소액주주 문제가 정확히 안 나와 있다"고 지적했다.
신 정권은 또 조선 석유화학 자동차 언론 등 재벌들이 경쟁적으로
과잉투자를 벌였다가, 세계적인 웃음거리로 등장한 업종에 관해서도 아무
런 언급조차 없다.
문민정부가 주력 업종을 보고하라고 했던 것처럼 그저 '이번 주말
까지 구조조정 계획서를 제출해 달라'고 주문했을 뿐이다.' 강경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