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기가 원하신다면…" 미끼 공세엔 사연도 서리서리 ##.


"박 사장, 이대로 며칠만 더 '쌩쌩' 추웠으면 정말 좋겠다. 그치?"
"맞아! 한 사나흘 내리 코 끝이 찡해야 돼. 그래야 제대로…." 마음 속
까지 썰렁한 이 한파에 웬 추위 타령일까. 겨울 대목을 맞은 난로 상인
들의 대화? 아니다. 늦가을 물낚시철 마감 후 이렇다 할 '거리'가 없어
손이 근질근질해진 꾼들의 합창이다. 저수지 수면이 꽁꽁 얼어 붙어 빙
판을 누비며 얼음낚시를 할 수 있게끔 하루빨리 매서운 강추위가 몰아
치기만을 학수고대하는 철부지 낚시꾼들. 그들에게 '겨울 실업(?)'이란
없다. 사람 키만한 쇠 끌로 펑펑 얼음구멍을 뚫고 찌를 드리우는 빙상
낚시. 그들에겐 어떤 겨울스포츠보다 훨씬 더 소중한 '빙판 축제'가 기
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만약 고스톱을 좋아하는 사람에게 "저 친구 소문난 꾼이야!"라고 말
한다면 기분 나쁘게 생각할지 모른다. 하지만 낚시꾼에게 "그 사람 정
말 대단한 꾼이더군. 그 추위 속에서 혼자만 월척을 쑥쑥 뽑아내더라니
까"라고 한다면 조금도 싫은 기색을 보이지 않는다. 낚시꾼에서 '꾼'이
란말은 테크닉이 뛰어난 맹렬 조사를 지칭하기 때문이다. 낚시광이란
말도 꾼들에겐 귀에 거슬리지 않는 칭찬으로 들리긴 마찬가지다.

그렇다면 낚시라는 취미에 집착하는 꾼들의 광기는 과연 어느 정도일
까. 일년 사시사철 '비린내 중독증'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피싱 마니아',
낚시꾼들의 '비린내에 얽힌 사연'을 들어보자.

의정부에서 음식점을 경영하는 Y씨는 지난 11월 향어 손맛을 보러 양
어장 낚시터에 갔다. 그럴싸한 포인트에 자리잡고 정성을 다해 미끼를
투입했으나 두 시간이 넘도록 찌는 꼼짝도 않는 말뚝. 그런데 바로 옆
자리의 꾼은 연신 빨래판만한 향어를 쑥쑥 뽑아내고 있었다. 뭐가 잘못
됐을까? 옆사람의 비법이 궁금해진 그는 담배를 한대 권하면서 슬쩍 물
었다. 돌아온 답은 의외였다. 구운 김 가루를 떡밥에 섞어쓰라는 것이
었다. 낚시계 생활 20년, 별의별 떡밥 비방을 다 써본 그였지만 김 가
루 특효설은 금시초문이었다. 그래서 처음엔 반신반의했지만 그 후에도
향어를 3마리나 추가한 옆사람이 살림망 그득 담긴 향어를 들고 유유히
사라지는 모습을 보자 Y씨는 이내 마음이 흔들렸다. 그는 차를 몰고 시
내 슈퍼마켓까지 단숨에 달려가 김을 사 가지고 낚시터로 돌아왔다. 소
금을 툭툭 털어내고 두 손으로 정성껏 비벼 만든 김 가루를 떡밥에 섞
었지만 입질은 없었다. 소금을 덜 털어냈나? 혹시 파래 김? 속이 탄
Y씨는 옆사람이 앉았던 자리에 가보고는 무릎을 쳤다. 옆사람이 사용했
던 김 포장지를 발견한 것이다.

"아, 역시 그랬구나! 이건 '양반 김' 아니야?".

이렇듯 꾼들의 맹목적인 미끼 짝사랑은 어떻게 보면 애교스럽기까지
하다.

● 떡밥 반죽할때 드링크제 쓰기도.

기습 한파가 몰아쳤던 12월초 어느날, 새벽 취재길에 들른 김포 읍내
해장국집에서 기자가 목격한 후추 이야기. 붕어 곡창이라 불리는 강화
도로 향하는 길목에 있는 김포 해장국집은 평일 새벽에도 항상 꾼들을
만날 수 있는 곳. 이 날도 그 해장국집엔 결전을 앞둔 서너 팀의 꾼들
이 뜨거운 국물을 들이키고 있었다. 그런데 기자 맞은편에 앉은 낚시꾼
들 가운데 한 사람이 식사를 마치자마자 휴지 위에 열심히 후춧가루를
뿌리고 있었다. "낚시터에선 뜨거운 라면 국물이 역시 최고죠!" 그 손
님이 후춧가루를 싸 가지고가 라면에 넣어 먹을 모양이라 넘겨짚은 식
당 주인의 인사치레는 그러나 보기 좋게 빗나갔다. "라면이라뇨? 감기
걸린 초겨울 붕어에겐 매운 후추가 특효예요."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이렇게 내뱉은 그 손님은 후춧가루를 싼 휴지를 주머니에 찔러넣고는
늦었다면서 갈길을 재촉했다.

'농담이 약간 섞이긴 했지만 내가 몰랐던 신종 떡밥 비법이 또 한 가
지 나왔구나' 속으로 이렇게 웃어 넘기고 취재에 동행한 K씨와 함께 목
적지에 도착한 기자는 잠시 후 K씨의 재채기 소리를 10여 차례 이상 들
어야 했다. 해장국집에서 기자와 함께 후춧가루 비법을 귀동냥했던 그
는 어느새 가져왔는지 후춧가루를 열심히 떡밥에 털어넣고 있었다.

'이성의 호감을 사기 위해 향수를 뿌리는 것처럼 꾼들은 어떤 묘약을
떡밥에 섞어야 붕어를 더 멋지게 유혹할 수 있을까'를 늘 고민하고 궁
리한다. 구전돼 내려오는 민간 비법엔 말린 제비고기, 호랑이 뼛가루,
한약재 일종인 천궁 등이 있고 70년대 초반까진 원기소 비오비타 등 비
타민류 약제를 곱게 갈아 떡밥에 섞어쓰는 게 유행했다. 최근엔 떡밥을
반죽할 때 물 대신 고급 드링크제를 사용하는 꾼들도 있을 정도.

'그게 좋더라'는 소문만 나면 물 불 안 가리는 '몸보신광'들에 결코
뒤지지 않는 꾼들의 미끼 애착증은 급기야 황토나 소뼈를 한 가마니씩
둘러메고 낚시터로 나가는 진풍경을 연출한다. 자신이 낚시할 장소에
미리붕어 유혹제를 묻어 두는 '밑밥 작전'을 위해서다. 그러나 설렁탕
집에서 국물 빼고 남은 잡뼈가 실제로 붕어를 얼마나 유혹할 수 있는지
는 그리 중요치 않다. 이렇게라도 해야 꾼들은 일단 마음이 푸근해진다.

'뻥'이 세기로는 낚시꾼을 따라갈 재간이 없다지만 이 말을 뒤집어보
면 그만큼 꾼들은 귀가 얇다는 뜻이 된다. 그만큼 꾼들은 '카더라 통신'
에 약하다.

●세탁기 빨래통에서 지렁이가.

모 대기업 차장 L씨는 자타가 공인하는 극성꾼. 남편의 광적인 낚시
행각에 10년 결혼생활의 상당 부분을 강탈(?)당했다고 이를 갈아오던
부인 J씨.

그러나 J씨는 최근 들어 회사의 '감원 공포'에 어깨가 축 처진 남편
의 콧노래를 1주일에 한번씩은 들을 수 있어 그나마 다행이라 생각한다.

낚시 가기 전날밤, 세상 걱정을 말끔히 잊어버린 채 낚싯대를 챙기는
남편의 뒷모습을 보면 낚시가 고맙다는 생각마저 든다. 그러다가도 지
난 날의 '세탁기 소동'을 되살리면 아직도 닭살이 돋는다.

95년 겨울. 세탁기 속에 파커 낚시복을 구겨넣은 J씨는 이튿날 아침,
아이들 옷가지와 함께 빨려고 세탁기 뚜겅을 열었다가 그만 기절 초풍
할 뻔했다. 세탁기 빨래통 안에 새빨간 벌레(?) 수십 마리가 다닥다닥
붙어 있는 게 아닌가. 아파트 다용도실에서 도망치듯 뒷걸음쳐 나와 가
슴을 쓸어내린 J씨는 잠시 후 용기를 내 빗자루 손잡이로 멀찌감치서
세탁기 뚜껑을 들쳐보곤 화가 머리 끝까지 치솟았다. 세탁기 속의 그
빨간 벌레들은 지렁이였다.

그렇다면 범인은 수사해 보나마나. 지렁이야 낚시꾼 남편의 가장 친
한 친구 가운데 하나가 아니던가. 그런데 어떻게 지렁이떼가 세탁기 속
까지? 심증을 굳힌 J씨는 물증을 확보하기 위해 행여 그 벌레들이 떨어
질세라 조심 조심 남편의 낚시 파커를 뒤져 드디어 확고부동한 증거를
찾아냈다. 시집올때 한복과 함께 구입해 그해 설날 딱 한번 써본 새색
시 복주머니가 바로 지렁이 주머니였다.

얼음 낚시의 주된 미끼는 지렁이다. 그런데 지렁이는 꿈틀 꿈틀 살아
움직여야 붕어를 유혹할 확률이 높아진다. 그래서 얼음 낚시꾼들은 지
렁이가 추위에 노출돼 기력을 잃을까 걱정돼 지렁이를 헝겊 주머니에
넣고 그 지렁이 주머니를 목에 매달고 있거나 따뜻한 안주머니 속에 보
관한다.

아내의 복주머니를 지렁이용으로 슬쩍한 L차장은 토룡을 가슴에 품고
얼음판 위에 앉아 '월척 용꿈'을 꾸다 돌아왔고, 낚시터에서 쓰다 남은
지렁이가 담긴 그 복주머니가 파커 속에 들어 있다는 걸 깜빡한 채 빨
랫감으로 내놓았던 것이다. 복주머니에 담겨 세탁기 속까지 잠입한 지
렁이들은 어둡고 축축한 세탁기 속에서 습기를 찾아 복주머니를 탈출,
J씨의 혼을 뺀것.

지렁이는 특히 겨울 낚시에서 중요한 미끼. 그런 만큼 꾼들의 지렁이
에 대한 '집착'은 징그러울 정도로 광적이다. 완벽한 현장 보온 시스템
도 그렇지만 더 확실한 입질을 보장받기 위해 지렁이를 직접 길러 사용
하는 꾼들도 한둘이 아니다. 지렁이를 흙과 함께 빈 캔에 넣고 적당히
습도를 맞춘 다음 원기를 북돋아주기 위해 영양제까지 투입한다. 지렁
이용 영양제론 달걀 노른자와 사과 껍질이 첫손에 꼽힌다. 물론 그 지
렁이 캔이 거실의 가장 아늑한 공간을 차지하는 건 당연지사.

지렁이에 얽힌 사연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신문지에 싸여 판매되
는 지렁이가 가방 속에서 탈출, 습기를 찾아 도시락 속까지 기어 들어
가는 경우도 없지 않다. "'지렁이 김밥'을 먹어 보지 못한 사람은 낚시
를 논하지 말라.".

바다 낚시에서도 미끼의 왕자는 역시 지렁이다. 이 가운데 개펄에
사는 몸 빛깔이 붉은 손가락 굵기의 '참갯지렁이'가 최고. 그러나 참갯
지렁이는 생산량이 적어 값이 보통이 아니다. 1kg씩 골판지 상자에 담
겨 판매되는데 보관용 모래를 뺀실제 갯지렁이 6백g의 시세는 8만원선.

쇠고기의 최고급 부위보다 적어도 5배 이상 비싼 가격이다. 그래서 사
용하다 남은 갯지렁이는 냉장고 안에 고이 모셔진다. 요즘같이 '추운
시절'엔 당연한 일일지도 모르지만 야채를 넣는 '싱싱고쪽'이 갯지렁이
가 생활하기에 가장 쾌적하다는 꾼들의 주장이 문제다. 오이와 콩나물
시금치 그리고 갯지렁이를 함께 보관해야 하는 '꾼의 아내들'. 이 정도
면 그들이 쏟아내는 하소연에 맞장구라도 쳐줘야 하는 게 아닐까?.

하지만 립스틱에 지렁이에서 추출한 물질이 들어있다는 사실을 알면
여성들은 어떤 반응을 보일까 궁금해진다. 클레오파트라는 지렁이의 미
용 효과를 일찍이 간파, 나일강 계곡에서 양식까지 했다고 한다.

●울산 메기는 단무지를 좋아해.

"뭐가 잘 들어요?" 처음 가는 낚시터의 경우 꾼들이 가장 궁금해 하
는 것은 그곳 물고기들은 어떤 미끼를 좋아하는가 하는 점이다.

수원 출신 H씨가 울산으로 이사가 며칠 후에 겪은 해프닝 한 토막.고
향에선 그래도 한가락하던 맹렬꾼 H씨는 집 근처 낚시점에 들렀다가 요
즘 태화강 지류에서 메기가 잘 낚인다는 소리에 귀가 솔깃해졌다. 민물
고기 매운탕의 백미야 역시 메기 아닌가. 즉석에서 내일 아침 태화강에
메기낚시를 나가야겠다고 마음 먹은 그는 제일 먼저 울산에선 메기 미
끼로 뭘 쓰는지 궁금해졌다.

"여기선 뭘로 메기를 잡나요?"
"'닥깐' 아닙니꺼! 그거 아이면 안됩니더.".

낚시점 주인의 명쾌한 대답에 H씨는 속으론 갸우뚱했지만 '미끼의 독
특한 지방색'이야 꾼들의 세계에선 이미 널리 알려진 기초 불문율인지
라 꾼을 자처하는 그는 재차 확인할 필요도 없다고 생각했다. 하기야
로마에가면 로마법을 따르라 하지 않았던가. 이사 후 첫 출조에 기대가
부푼 H씨는 가벼운 발걸음으로 식품점에 들렀다가 곧바로 귀가, 내일의
결전을 위해 일찍잠자리에 들었다.

다음날 새벽 낚시점에서 알려준 포인트에 도착해 보니 이미 많은 단
골꾼들이 메기낚시를 하고 있었다. 서둘러 자리를 잡고 낚싯대를 편 그
는 미끼를 바늘에 꿰다가 이상한 점을 한가지 발견했다. 멀리서 봐도
자신의 미끼 색깔과 울산꾼들의 미끼 색깔이 영 딴판이었던 것이다. 노
란색과 빨간색. 비슷하지도 않은 색조였다. 노란색 단무지, 속칭 '다꽝'
과 붉은색 '닭간'.

사투리 발음이 일으킨 웃지 못할 촌극이지만 이처럼 '특효 미끼'에
쏠리는 꾼들의 뜨거운 관심은 때론 '편집광'적인 열성으로 표출된다.

"'스웜'이란 영화 기억 나세요? 벌떼가 인간을 공격하는 그 징그러운
옛날 외국 영화 말이에요.".

남편의 지독한 낚시 광기를 잠재울 길 없어 이젠 거의 포기 상태에
이르렀다는 극성꾼의 아내 P씨(성남시 분당구)는 자신의 몸서리 처지던
'스웜 체험'을 이렇게 하소연한다.

지난 여름 강원도 홍천강으로 강변 캠핑을 나갔던 P씨 가족. 예상대
로 남편은 도착하자마자 강물에 뛰어들어 실패처럼 생긴 견짓대를 휘두
르며 강고기 사냥에 열중했고 아이들은 물놀이를, P씨는 그런대로 강바
람에 더위를 식힐 수 있었다. 남편이 잡은 피라미로 만든 즉석 튀김 맛
이싫지 않았던 P씨는 이 정도의 '룰루랄라 낚시'라면 쓸 만하다고 내심
흐뭇해 하면서 귀가했다. 그러나 행복도 잠시뿐 사건은 그로부터 열흘
후 발생했다.

홍천강에 다녀온 후 승용차 안에 파리가 자주 들어온다는 느낌을 받
았지만 늦여름이니까 그러려니 무심코 지내던 P씨는 어느날 인근 할인
매장에서 구입한 물건을 싣기 위해 승용차 트렁크를 열었다가 그만 손
가락이 부러지는 중상을 입었다.

P씨 사연은 이랬다. 트렁크 뚜껑을 왼손으로 열고 오른손에 든 비닐
봉지를 트렁크 속에 넣으려는 순간 트렁크 속에서 갑자기 수백 마리(?)
의 파리떼가 일시에 날아 오르더란 것이다. 갑자기 얼굴을 향해 파리떼
가 달려들자 혼비백산한 P씨는 엉겁결에 왼손으로 잡고 있던 트렁크 뚜
껑을 반사적으로 힘차게 내려닫았지만 그녀의 오른손은 미처 대피할 시
간적 여유가 없었다.

승용차 트렁크 속의 파리떼 역시 부인할 수 없는 꾼의 흔적이다. 범
인은 견지낚시 미끼인 구더기. 열흘 전 홍천강 견지낚시를 가다가 양평
부근에 이르러 미끼를 사야 한다며 낚시점에 들린 남편이 들고 온 봉투
속 주인공이 설마 살아 꿈틀대는 구더기인 줄 꿈에도 몰랐던 P씨. 하지
만 남편 역시 주둥이를 꽁꽁 묶어 트렁크에 넣고 간 비닐봉지에서 구더
기중 일부가 탈출, 트렁크 속 틈새에 꼭꼭 숨어 있다가 열흘 후 파리로
성장할 줄은 정말 몰랐다고 항변한다.

견지낚시용 구더기는 미끼로 판매하기 위해 별도로 양식한 것이라지
만 일반인들에겐 소름 끼치는 기피 대상임이 분명하다. 하지만 꾼들에
겐 강고기들이 즐겨 드시는(?) 효자 미끼, 손맛을 보장하는 대견스러운
애벌레일 따름이다. 구더기 외에 거머리(쏘가리용) 깨벌레(메기용)
땅강아지(뱀장어용)등의 벌레 미끼들도 없어서 못 쓸 정도의 인기 품목
이다. '이종호 월간낚시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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