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김광현기자】유럽대륙은 지난 수년간 극심한 시위몸살을 수
시로 앓았다. 근로자들의 대규모 시위는 어느 국가든 공통적인 일상
사였고, 독일대학생들, 프랑스 트럭운전기사들도 심심찮게 거리로
나섰다. 모두가 논다는 지난 연말연시에도 프랑스 젊은이들은 '일자
리'를 요구하며 곳곳에서 시위를 벌였다. 시위대의 구호중에는 '복
지국가의 실패' '원시적 천민자본주의로의 회귀' 같은 말들도 종종
등장했다.

무엇이 유럽인들을 거리로 내몰았을까. 한마디로 설명하자면 이
른바 '유럽병'과 이 병을 치료하기 위한 '유럽식 개혁' 때문이었다.
'유럽병'이란 '요람에서 무덤까지'가 보장된다는 유럽식의 과도한
사회보장, 고복지체제와 고임금, 적은 근로시간 등에서 생기는 각종
부작용들을 말한다. 구체적으로 기업과 국가경쟁력의 하락, 일하기
싫어하는 풍조만연, 완고한 노조, 제조업의 해외탈출러시, 그로인해
파생된 엄청난 수의 실업자 등을 얘기하는 것이다. 그래서 이런 체
제로는 도저히 미국, 일본, 아시아와의 글로벌경쟁에서 견뎌낼수 없
고, 결국 모두가 파산하고 말것이라는 절박감에서 나온 것이 바로
'유럽식개혁'이다.

이때문에 개혁의 첫번째 주제는 당연히 과도한 복지의 삭감에 맞
추어졌다.

때마침 99년 출범할 유럽화폐통합 대열에 동참하려면 만성적인
재정적자도 철저히 개선해야 했기 때문에 유럽인들이 그동안 당연하
게 여겼던 각종 혜택들이 하나둘씩 사라졌던 것. 의료보험과 연금보
험 혜택이 자꾸 줄어드는 것은 물론 병가때 지급되는 임금 같은 것
도 경쟁적으로 줄어왔다.

노조나 임금협상의 모양새도 많이 바뀌었다. 일자리 상실을 두려
워한 노조의 태도가 많이 달라져 네덜란드의 경우 도저히 고쳐지지
않을 것 같던 유럽대륙 특유의 중앙집중식 산별임금협상방식을 사실
상 버리고 분권식 기업별 임금협상방식을 새로 도입했다. 전통적으
로 사민당정권이 집권, 노조가 유달리 강했던 스웨덴의 노사정이 지
난 96년 합의로 이끌어낸 노동권 개혁도 눈길을 끌었다.

종업원 해고때 가장 나중에 들어온 사람이 먼저 나가도록 하는
이른바 '라스트 인, 퍼스트 아웃' 시스템이 무너졌고, 근로자들에게
지급되던 집세보조금 휴가비 치료비 육아자금 등의 혜택들도 줄줄이
삭감되거나 없어졌다.

하지만 괴테부르크 소재 볼보자동차공장의 루드비그손 노사평의
회의장은 "고통은 크지만 우리 후손들을 빚더미위에 앉히지 않으려
면 지금의 엄격한 긴축정책을 우리 모두 이해한다"는 입장을 밝히지
않을 수 없었다고 한다.

유럽식 개혁의 또다른 중점은 유례없는 실업난 해소대책이다.'복
지보다도 실업해결'이란 말이 최대의 화두가 되고있을 정도다. 정해
진 '파이'를 같이 나누자는 취지에서 파트타임 근로자수를 크게 늘
리고, 근무시간을 더욱 줄여 가능한 많은 근로자들이 일할수 있도록
하는 변형근로시간제 같은 신개념들도 속속 등장중이다.

올해도 이런 무드는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99년 유로화 출범
대열에 끼기위한 건전재정조건을 맞추려면 허리띠를 더욱 졸라매야
할지 모르고, 아시아경제위기 때문에 유럽인의 고통이 더 커질 가능
성도 없지 않다. 그러나 개혁이 유럽의 모습을 완전히 뒤바꿀것이라
고 보는 전문가들은 별로 많지 않은것같다. 그만큼 유럽인들은 이미
고임금과 고복지의 단맛에 길들여질대로 길들여 있기 때문이다.

좌파정당이나 정권들이 유독 강세인점, 전체경기는 상승추세인데
도 기업들은 여전히 인력절감투자를 아끼지 않는점, 노조를 완전히
깔아뭉개고 간신히 경제가 회복된 영국식의 대처리즘에 많은 대륙유
럽인들이 아직 비판적인 점 등도 '유럽식 개혁'의 앞날을 어둡게 하
는 요소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