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경=이준기자】 새해들어 일본 외환시장과 주식시장에 잇따라 빨
간불이 켜졌다.

환율은 달러당 1백30엔대 중반까지 치솟고, 도쿄 증시의 평균주가는
업계가 주식평가손익의 '마지노선'으로 설정했던 1만5천엔선이 무너진
뒤 하락행진을 거듭하고 있다. 엔저 행진은 아시아 각국의 통화가치 하
락과 맞물려 상승작용을 일으키면서 아시아 외환시장의 '총체적 불안'
을 부채질하고 있다. 바트화 폭락으로 통화위기가 촉발된 태국은 물론
인도네시아, 말레시아, 필리핀 통화가 연일 과거 최저치를 경신하고 있
으며, 그 여파는 대만, 호주 등으로까지 확산되고 있다.

심상치 않은 분위기를 감지한 일본 정부는 시장 개입에 나섰다. 중
앙은행인 일본은행이 연일 수십억엔씩의 '엔화 방어' 자금을 풀고 있으
며 6일 하루만도 30억엔 정도가 투입된 것으로 알려졌다. 대장성이 서
둘러 주식시장 안정화 대책을 내놓은 것도 6일 오후였다.

일본 정부는 주가조작과 악성 증시루머 유포행위에 대한 처벌 강화를
대책안에 포함시켰다. 증시 불안을 틈타 '경영불안설' 유포와 주가조작
으로 이익을 챙기려는 세력들이 시장 정상화를 가로막고 있다고 판단하
기 때문이다. 특히 일본 정부는 주가조작에 악용될 소지가 있는 공거래
(주식 보유 없이 이뤄지는 거래)나 대주에 의한 신용거래에 대해 규제
의 칼을 빼들었다.

그러나 정부의 안간힘에도 불구하고 7일에도 시장 분위기는 냉담했
다. 엔화는 전날 마지막 거래가보다 더 떨어진 달러당 1백33엔대 후반
에서 맴돌았고, 주가도 1만5천엔선을 회복하지 못했다. 경제 전문가들
은 지금같은 상태로 엔화가치 하락이 계속되면 아시아의 통화금융위기
는 점점 더 회복 불능의 심연으로 빠져들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실
제 동경 외환시장에선 엔화 가치 하락에 자극받아 아시아 통화 '팔기'
가 확산되고, 이것이 다시 엔저를 가속화시키는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
다.

일본 정부는 7일 부랴부랴 미국에 '협조요청 사절'을 급파했다. 누
카가 후쿠시로 관방부장관(정무)은 하시모토 총리의 '특사' 자격으로
코언국방장관, 서머즈 재무부장관 등과 만날 예정이다.

미 재무부 등 금융당국에 폭넓은 인맥을 갖고있는 사카키바라대장성
재무관도 7일 급히 '미국 출장'을 떠났다. 두 사람은 미 정부 고위당국
자들과 만나 엔화가치 방어를 위한 미일 협력 문제를 협의할 것으로 알
려졌다.

일본 정부의 이같은 엔화 방어 노력이 얼마나 성과를 거둘지는 아직
불투명하다. 금융시장 관계자들은 "정부가 미국과의 협조체제 속에서
엔화가치 하락 저지를 위해 시장에 강력히 개입하거나 획기적인 경기부
양및 금융안정화 대책이 있어야 할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