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카피에서는 발냄새가 납니다." 대홍기획 CR 4팀장 주창환(38)
씨가 카피라이터로 12년간 일하며 내린 결론이다. '머리 굴려서' 내놓
은 말장난이나 미사여구로는 소비자 눈과 귀를 끌 수 없고, 철저한 시
장 조사에서 뽑아낸 언어들만이 살아 남는다는 뜻이다.
그가 광고계에 입문하던 86년엔 감성 카피가 유행했다. '가나와 함
께라면 고독마저도 감미롭다'라는 초콜릿광고 카피가 경영학도였던 그
를 '광고쟁이'로 만들었다. 감성적 글에는 자신있던 터였다. 그러나
정작 그의 히트작은 덜 감성적이다. '한여름의 고드름 롯데 고드름'
'줘 도못먹나' '자동카메라용 필름은 따로 있습니다' '맥주의 속살 엑
스필'같은 카피들이 그의 손을 거쳤다. '고드름' 카피 12자 덕인지 이
아이스크림은 2년 내리 히트상품에 올랐다. 그가 가장 아끼는 카피는
'여자는 넥타이라는 창을 통해 남자를 들여다본다'는 넥타이 광고다.
시간이 나면 그는 대형 서점에 들른다. 주머니에 손을 찔러넣은 채
책을 펼치지 않고 제목만 훑는다. 신문과 잡지도 제목 위주로 읽는다.
"이거다" 싶으면 비로소 메모지를 꺼낸다. 프리젠테이션이 다가올 때
까지 맘에 드는 글이 나오지 않으면 피가 마른다. 식용유 카피가 떠오
르지 않아 주방에서 몇명이 먹을 튀김을 다 '망친' 일이 기억에 남는
다고 한다.
"카피라이터는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사람이 아닙니다. 허공에 떠
다니는 수많은 말들을 이리저리 꿰맞춰 새로운 말을 만드는 사람이지
요.".
카피는 시나 소설과 달리 '수많은 결재과정을 거쳐 태어나는 글'이
라고 강조한다. 그는 지난해 동료 4명과 함께 프리랜서를 선언, 계약
연봉제로 일하고 있다.
"그저 세월가는대로 월급받고 승진하기 싫어 그랬다"는 말에 자신
감이 넘친다.
14명 팀원을 지휘해야 하는 그에게는 '광고요소 조화'가 가장 큰
덕목이다. 그가 미국 음주운전 금지 캠페인광고를 좋아하는 이유도 그
때문이다. "맹인가수 스티비 원더가 웃는 사진 밑에 카피 딱 한줄입니
다. '음주운전 차를 타느니 차라리 내가 운전하겠다.' 위트도 수식어
도 없는 카피가 훌륭한 모델과 만난 작품이지요." < 한현우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