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리그가 열기를 더해가고 있는 요즘 배구계의 화제는 고려증권
이다. 팬들로부터 가장 많은 박수를 받고 있는 팀으로 꼽힌다. 경기도
용인시 고려증권 배구단 숙소에는 매일 격려전화가 10통 이상씩 걸려온다
고 한다. 정성스럽게 쓴 편지도 매일 7∼8통씩 배달되고 있다.
내용은 대개 비슷하다. '오빠들 힘내세요' '선수들의 투혼에 큰
감명을 받았습니다' 등등.
모기업의 부도로 해체위기에 직면했다가 협회의 지원을 받아 출전
한 고려증권은 현대자동차써비스, LG화재전에서 조직배구를 과시하며 역
전승을 이끌어낸 게 가장 큰 이유다.
고려증권엔 내세울만한 스타가 많지 않다. 김세진 신진식 박희상
후인정처럼 오빠부대를 몰고 다니는 선수들도 드물다. 진준택 감독표
현처럼 키도별로 안크고 특출난 에이스도 없다.
대회 개막을 앞두고 터져나온 해체설로 뒤숭숭한 분위기 속에 연습
을 해야 했다. 그러나 막상 경기가 시작되자 선수들은 너나 할 것 없이
온몸을 던지는 투혼을 발휘했다.
고려증권은 고만고만한 선수들이 똘똘 뭉쳐 슈퍼리그를 6차례나 제
패하면서 '배구명가'라는 수식어를 얻었다. 진준택 감독도 용병술과 지
도력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 배구인들은 또 수비와 조직력을 뒷받침
하는 끈기를 빗대 고려증권을 '진드기팀'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지난주 현대와의 경기에서그 진면목이 나타났다.
3세트를 15-14로 앞서다 17-16으로 역전당해 세트스코어 1-2로 몰
렸지만 포기하지 않고 4, 5세트를 내리 따내 체육관을 찾은 팬들의 기립
박수를 받았다.
IMF 한파, 실업위기 등으로 썰렁해진 사회분위기 속에서 팬들은 쉽
게 포기하지 않는 고려증권의 투혼에서 위안거리를 찾고 싶었는지도 모르
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