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 대한 국제통화기금(IMF) 프로그램을 둘러싼 논란에도 불구
위기의 원인과 장기 처방에 대해서는 별로 이견이 없는 것처럼 보인다.
뉴욕타임스지는 지난해 12월18일자에서 "한국에서 무엇이 잘못됐
는지, 또 한국이 경제적으로 성숙하기 위해 어떻게 변화해야 하는지는
명확하다"고 지적했다. 정부의 통제하에 있는 은행들로부터 무제한 저
리 자금을 공급받을 수 있었던 일부 재벌그룹들이 산업 전반을 지배해
온 것이 문제라는 것이다.
미 MIT대의 루디거 돈부시 교수는 지난해 12월8일자 비즈니스 위
크지 기고문에서 한국 경제가 안고 있는 근본적인 문제로 ▲경제에 대
한 정부의 간섭 및 통제 ▲금전등록기에 불과한 금융시스템 ▲재벌 중
심의 산업구조 등을 들었다. 그는 "(한국의) 금융시스템은 파산했고
재벌들에겐 미래가 없다"고 맹렬히 비판했다.
이같은 진단에 따른 장기적인 처방도 비슷하다. 한마디로 시장경
제 원리에 충실해야 하며 경제 개방을 더욱 확대해야 한다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재벌그룹들의 과도한 부채비율을 시급히 낮춰 금융비용 부
담을 줄이고, 소유권을 획기적으로 분산시켜 오너의 독단과 전횡을 막
아야한다는 것이다. 또 기업이나 금융기관에 대한 외국인 소유를 허용
하며, 국가통제주의가 폐지돼야 한다는 지적도 공통적이다.
IMF 프로그램에 대해 가장 강력하게 비판하고 있는 제프리 삭스
교수도 장기적인 처방에선 IMF와 의견을 같이 하고 있다. 그는 본보
독점 기고문(1월3일자)에서 "부채를 자본으로 전환하거나 계열사 매각
등 소유권 분산을 통해 재벌 구조를 독립적인 기업 체제로 전환시켜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한국은 IMF 프로그램대로 외국은행과 외
국 투자자들에게 문호를 개방해야 한다"며 "한국의 금융시장이 충분히
개방돼있었다면 이번 금융공황을 겪지 않아도 됐을 것"이라고 말하기
도 했다.
특기할 만한 것은 최근들어 일부에서 한국의 기업이나 금융기관의
자산이 외국인들에게 헐 값으로 넘어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의
견이 나오고 있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영국의 피낸셜 타임스지는
12월29일자 사설에서 "우선 국내 부채의 자본전환을 서둘러야 한다"고
지적했다. 기업의 지분분산과 함께 재무구조의 건실화를 통해 외국인
들에게 매각할 때도 제 값을 받도록 해야한다는 충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