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에겐 호랑이만큼 무서우면서도 친근한 동물도 없다. 사람을 해치
는 맹수지만 왠지 싫어하질 않는다. "중국의 용, 인도의 코끼리, 이집
트의 사자, 로마의 이리처럼 조선에서 첫째 가는 신성한 동물은 호랑이"
라고 육당 최남선이 지적했을 정도다.
옛날에는 이 땅에 호랑이가 많이 살았다. 신라 헌강왕때는 호랑이가
궁궐안에 들어왔고 조선 초기에도 한양 관아에까지 호랑이가 출몰하는
바람에 천도를 포기할 정도였다. 태종때는 수백명이 호랑이에 물려죽고
영조때도 호환을 당한 이가 120명이나 되었다고 한다.
이렇듯 호랑이는 무섭고 두려운 존재였지만 한편으론 수호신의 상징
이기도 했다. 호랑이를 산신 혹은 산군으로 받들고 호국신으로 섬기기
도 했다. 또 연암의 소설 '호질'에 보이듯이 호랑이는 양반의 허세와
부도덕을 꾸짖는 정의의 화신이 되기도 했다. 까치와 함께 그려진 민화
에서는 액운을 막고 길상을 가져오는 상징이 되기도 한다.
무인년의 기록으로는 왕건의 고려건국이 있고 다산 정약용의 '목민심
서'완성이 있다. 하지만 무인년에는 좋은 일만 있었던 것도 아니다. 조
선초 이방원의 왕자의 난이 시작됐고 세조때는 사육신이 처형됐다.인조
때는 병자호란 끝에 삼전도 치욕을 당했으며 숙종때는 기근과 전염병으
로 1만명이 넘게 죽는 참화가 있었다는 것을 외면할 수 없다.
새해 1998년은 무인년 호랑이 해다. 나라가 환난에 처한 상황에서 맞
은 새해가 호랑이의 인덕으로 충만하길 빌 뿐이다. 무섭게 시작했지만
친근하게 끝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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