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북구에 사는 주부 노경은(36)씨는 매년 이맘때면 가슴이 설
렌다. 네덜란드에 사는 친구 니콜렛 이어먼(33·여)씨와 주고 받는
정겨운 편지때문이다.
노씨가 그녀를 알게 된 것은 15년전. 니콜렛 부부가 신혼여행을
왔을 때다. 선박기사로 현대중공업에 잠시 머문 적이 있는 니콜렛의
남편이 신혼여행지를 한국으로 정한 것이다. 서울의 한 백화점에 근
무하던 노씨는 사촌오빠의 부탁을 받아 3일간 이들 부부에게 서울구
경을 시켜줬다.
여행을 마치고 돌아간 니콜렛은 해마다 편지와 크리스마스 카드
를 보내온다. 이국적인 편지지에는 파스텔로 자기가 사는 도시 풍경
을 그려넣고 가정생활과 남편 직장 등이 촘촘히 쓰여져 있다. 튤립
무늬를 새긴 타일, 풍차가 그려진 냅킨, 가족사진 등 수수한 기념품
도 빠뜨리지 않는다.
노씨도 답장과 함께 한국 인형과 전통 매듭 등을 보내주면서 우
정을 쌓아왔다. 두사람이 다시 만난 적은 없지만 지금까지 오간 편
지는 40장이 넘는다.
지난 15일에는 니콜렛이 먼저 크리스마스 트리용 리본과 산타 인
형, 유아용 가방 등을 담은 조그만 소포를 보냈다. "한국 축구팀이
월드컵에 나가게 된 것을 축하한다" "경제가 어렵다는데 괜찮으냐"
는 안부도 곁들여진 편지. 노씨는 요즘 영어사전을 펴들고 답장을
쓰면서 외국 친구의 세심한 마음 씀씀이에 깊이 감사하고 있다.
< 김희섭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