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출판계의 97년은 오랫만에 책의 양보다 질이 돋보인 한해였다
는 평가다.
뉴욕을 본거지로 한 주요 출판사들은 여전히 "책이 안팔린다"며 아
우성이었다. 그러나 보석같은 작품을 여럿 배출했다는 자부심이 출판계
를 배부르게 했다.
또 과거와 같은 폭발적인 판매량은 아니더라도 비평가와 독자들의
반응이 일치, 수작이 꾸준히 팔려나가는 등 업계 전반에 활기가 넘쳤다.
경제호황과 사회안정 속에서 미국 독자들은 더욱 지적인 소설들을
펴들었다.
미국의 대표적인 언론이 꼽은 '올해의 소설'은 대부분 미국의 역사
와 정체성에 대해 진지한 의문을 던진 역사물이었다.미국인들이 스스로의
문화와 역사에 대해 관심이 높았던 '내면 성찰'의 시기였던 셈이다.
올해의 소설이 ▲토마스 핀천의 '메이슨 & 딕슨' ▲찰스 프레지어
의 '차가운 산' ▲돈 데릴로의 '언더월드' 등이라는 점에서는 대부분의
매체가 동의한다.
각각 영국 식민지 시절, 남북전쟁, 냉전시대의 미국을 배경으로 했
다. 이밖에 뉴욕 타임스 출판 담당 데스크가 꼽은 좋은 책 가운데는
'아메리칸∼'으로 시작하는 작품이 2편이나 있다.
바로 유태인 이민 가족사를 그린 '아메리칸 풍경'과 미국 독립선언
문의 탄생과정을 되짚어본 '아메리칸 경전'.
최고의 논픽션으로는 산악 전문기자 존 크래코의 에베레스트 등반
기인 '희박한 공기 속으로'였다.
작가는 "에베레스트에서 벗어나고 싶어 집필을 시작했다"지만 책을
펴든 독자들은 영영 에베레스트에서 헤어나지 못할 수도 있을 만큼 강렬
한 작품이다.
퓰리처상 논픽션 부분을 차지한 프랭크 매코트의 '안젤라의 잿더미
'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까지 여전히 좋은 반응을 보였다.
아일랜드인을 짓누르는 가난이 어린아이의 눈을 통해 처절하게 모
습을 드러내 미국인들의 가슴을 때리고 울린 작품이다.
그러나 일제 식민지와 한국전쟁을 겪은 한국 독자들에게는 "이 정
도 가난쯤이야"로 여겨질 수도 있다.
한편 독립 출판사들이 원고료와 책값 및 인쇄 물량의 거품을 빼는
데 앞장서는 등 활약이 돋보였다.
또 우피 골드버그 등 유명인들의 자서전도 여전히 붐을 이뤘지만
그다지 좋은 성적을 거두지는 못했다.< 정재연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