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대외신인도 제고책으로 제기한 '노-사-정 사회계약안'에 대
해 노동계가 강력히 반발하고 있어, 정부 뜻대로 노사정 합의가 도출될
지는 매우 불투명하다.
노동계가 등을 돌리는 이유는 김대중 대통령당선자가 밝힌 정리해
고제 조기도입, 파견근로제 합법화 추진 방침 때문.
대선 직후까지만 해도 진보를 표방해왔던 DJ에게 '애정'을 보였던
노동계측은 IMF상황과 관련, DJ의 입에서 돌연 기대에 찬물을 끼얹는 발
언이 터져나오자 "재벌과 정부의 구조조정 없이 근로자에게만 일방적으로
고통을 강요한다"며 '절대불가' 입장을 거듭 밝히고 있다.
이남순 한국노총 사무총장은 26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정리해고제
가 전면 실시되지 않는다는 전제 아래 근로자들에게 일 열심히 하고 과도
한 임금인상 요구를 자제하자고 요청할 순 있어도, '임금삭감', '정리해
고 수용'같은 조건이 선행된다면 결코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말했다.
정성희 민주노총 대외협력국장도 "정부와 재계의 기도는 이번 외환
위기의 본질을 호도하려는 것"이라며 "열심히 일만 해 온 근로자들은 고
통받고, 방만한 운영과 빚 잔치식 경영으로 일관한 재벌만 책임을 회피하
려는 발상을 용납할 수 없다"고 말했다.
민주노총은 노사정 합의가 강요에 의해 마련될 경우 총파업까지 포
함한 강력한 저지 투쟁을 펴겠다고 밝혔다.
노동계가 뜻밖으로 강경하게 선회하면서 당황한 쪽은 정부다.
11월 중순 고건 총리 주재의 비상경제대책회의에서는 노-사-정 대
표가 참석, 사회계약 합의안 초안이 작성될 만큼 나갔었다.
최근까지 만들어진 초안의 내용은 '정부는 물가안정, 재계는 고용
보장, 노동계는 과도한 임금인상 자제를 통한 생산성 향상에 힘쓴다'는
것이었다.
정부와 재계는 '공무원을 포함한 근로자들의 임금동결과 무분규'까
지 집어넣으려다 실패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따라서 김 당선자는 26, 27일로 예정된 한국노총, 민주노총 대표와
의 간담회 때 적지않게 애를 먹을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