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메이저는 경제호황에도 총리직 빼앗겨 ##.

97년 국제 무대 최고의 스타는 영국 총리 토니 블레어(44)이다. 보
수당 18년 집권에 종지부를 찍게 하고 정권 교체를 이뤘을 뿐만 아니라
20세기 유럽 정치를 전통적으로 구분해 온 '좌우'의 개념을 통째로 바
꿔놓아 다가오는 21세기의 정치 기상도를 예측 가능하게 했다. 블레어
부상의 그림자는 블레어에게 다우닝가 10번지를 내준 존 메이저(53) 전
총리.

지난 5월 노동당의 압도적인 총선승리로 블레어는 영국을 21세기
로 이끌 새로운 지도자로 탄생했다. 금세기 최연소 영국총리 기록을 세
운 블레어는 잘생긴 얼굴에 언변이 뛰어난 TV시대의 정치인. 블레어 집
권으로 '유럽 좌파정당의 보수화 경향', '신세대 정치 리더십 등장' 등
이 올해 세계 정가의 두드러진 성향으로 분석됐다.

보수당 장기집권에 염증을 느낀 영국 유권자를 향해 블레어는 '신
노동당'을 외쳤다. 노동당 선거공약은 세율인상 반대, 범죄 퇴치, 복지
비 삭감 등 철저히 보수적이었다. 블레어의 지휘 아래 노동당은 생산수
단의 공공소유를 규정한 당헌 4조를 수정했다. 또 노조의 입김을 약화
시키는 등 중산층과 업계의 지지를 적극 모색했다. 활기찬 블레어의 모
습에서 영국인들은 '새로운 영국', '젊은 영국'에 대한 기대감에 부풀
수 있었다. 2000년이 코 앞으로 다가온 시점에서 영국인들은 뚜렷한 비
전을 제시하지못한 보수당보다 젊은 리더가 "변해야 산다"를 외치는 노
동당을 선택했다.

블레어가 화려하게 떠오르면서 메이저는 경제호황에도 불구, 총리
직에서 물러나게되는 매우 이례적인 인물로 기록되는 불명예를 안았다.

메이저 총리시절 영국은 2차 대전 이후 가히 최대라 할 수 있는 호
황을 누리던 중이었다. 그러나 보수당은 선거전 내내 섹스, 부정 부패
스캔들에 시달리며 제대로 승부를 펼칠 수 없었다. 또 외형적인 경제성
장에도 불구,기존의 정치풍토에 환멸을 느꼈던 유권자들은 노동당에 표
를 몰아줬다.

서커스단 곡예사의 아들로 고교중퇴 학력인 메이저는 블레어 등장
전까지 역시 금세기 최연소 영국 총리로 불리며 영국의 90년대를 열었
다. 그러나 그는 끝까지 대처의 그늘을 벗어나지 못했으며 조용하고 성
실한 스타일로는 분열 직전에 이른 당을 추스를 수도, 국민들의 마음을
휘어잡는 스타가 될 수도 없었다. 정계 은퇴 후 메이저는 윌리엄-해리
왕자의 법적 대리인으로 다이애나 전 왕세자빈의 유산상속 절차에 간여
하고 있다.

블레어는 집권 후 자신과 곧잘 비교되는 빌 클린턴 미 대통령과
함께 "실용주의와 국제협력에 바탕을 둔 신세대 정치 시대가 도래했다"
고 자신만만하게 선언했다. 블레어가 말하는 신세대 리더십이란 냉전시
대 이데올로기 정치를 대체할 실용주의적 중도 노선. 뜨거운 영국인들
의 기대에 블레어가 제대로 부응할지, 아니면 또다른 메이저로 전락할
지는 더 지켜볼 일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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