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드라마는 잘 생긴 주먹잡이들의 천국이다. 월-화 미니시리즈
'복수혈전'에는 앞머리를 길게 늘어뜨린 안재욱이 등장한다. 수요일
과 목요일로 넘어가면 '영웅신화'에서 깔끔하게 생긴 '미남깡패' 장
동건을 만날 수 있다. 주말도 마찬가지다. '그대 그리고 나'는 평소
다소곳하지만 화가 나면 앞뒤가리지 않고 주먹을 휘두르는 송승헌을
앞세운다. 1주일 내내 '멋진 폭력'을 휘두르는 주인공들은 자칫 청
소년들에게 우상으로 비치기 십상이다.
'복수혈전'은 폭력을 코믹하게 처리해 더욱 위험스럽다. 안재욱
이 한번 스쳐가면 즐비하게 사람들이 쓰러진다. 슈퍼맨처럼 이리 치
고, 저리 받는 주인공은 천하무적이다. 몇십명이 몰려와도 늘 매끈
하게 빠져나간다. 얻어맞는 일도 절대 없다. 백마 탄 기사처럼 연약
한 여자들도 구해낸다.
'영웅신화'에서 장동건이 맡은 태우는 숱한 싸움터에서 잔뼈가
굵었다. 안재욱과 달리 가끔은 얻어맞을 때도 있다. 그래도 대부분
은 그의 완벽한 승리다. 덩치 큰 상대역들도 주먹 한번에 일어날 줄
모른다. 약간은 껄렁거리면서 가끔 따뜻한 남자 모습을 보이면서 그
럴싸하게 포장한다.
데뷔 1년도 안돼 스타로 떠오른 송승헌의 싸움솜씨도 빼어나다.
'그대 그리고 나'에서 말없이 늘 혼자다. '외로운 승냥이'마냥 해변
을 거닐고 도시를 방황한다. 그러다 한번 눈에 불꽃이 튀면 헐크가
따로 없다. 각목을 휘두르고 드럼통을 들어 내동댕이친다.
드라마 작가는 과잉폭력을 '정의의 주먹'이라고 강변할지 모른다.
불의를 바로잡기위한 정당 행위라는 주장도 나올 법하다. 하지만 청
소년들은 이들을 우러러보며 "역시 멋진 남자는 싸움을 잘 해야돼"
하고 생각할 수도 있다. 놀라운 시청률을 올렸던 드라마 '모래시계'
가 그랬다. 초등학생들까지도 드라마속 장면을 본떠 "형님!"하며 건
들거리는 인사법이 유행했고, 깡패가 되고 싶다는 아이들이 많았다.
지금 MBC가 내보내는 깡패 드라마들도 시청률이 높다. 하지만 제
작진은 이런 역기능을 그리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는 것 같다. 폭력
이 필요하지도 않은 장면에 의도적으로 폭력 신을 집어넣을 정도다.
어떻게하면 시청률을 높일까만 궁리하기 때문이다.
서울YMCA 시청자시민본부 황자혜 간사는 "트렌디 드라마들이 눈
길을 끌면서 스타를 이용한 폭력장면들이 늘기 시작했다"며 "멋지고
젊고 활발한 이미지를 현란한 폭력과 결합하는 계산된 연출은 자제
해야 한다"고 말했다. < 윤정호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