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국민의 관심이 대통령선거에 쏠린 틈을 타 휘발유값을 1ℓ
당 현행 923원에서 1천83원으로 올린 것을 비롯해 각종 유가를 17%씩 인
상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진 19일 아침 전국 주유소 곳곳에서는 업자와 이
용자들간에 다툼이 이어졌다.

게다가 주무부서인 통상산업부가 '사재기'방지를 내세워 비밀작전
을 하듯 유가인상을 정유업체들에게만 통보했던 것으로 밝혀지자 시민들
은 "업체만 폭리를 취할 수 있는 여지를 제공했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19일 오전 8시쯤 경기도 과천 SK주유소에 들렀던 회사원 김경무(37)
씨는 "3만원을 지불하고 아반테 승용차에 휘발유를 주유했으나 평소 35ℓ
보다 훨씬 적은 27ℓ만 들어간 사실을 알고 항의하다 기름값 인상을 알게
됐다"며 "밤새워 대통령선거를 지켜보다 뒤통수를 맞은 느낌"이라고 말했
다.

이날 오전 7시반쯤 연세대 앞 LG정유주유소에 들른 이훈종(42)씨도
"2만원어치를 넣었다가 승용차 눈금이 평소보다 적게 올라가 당황했다"며
"업자에게 항의하다 '정부에게 물어보라'는 핀잔만 받았다"며 분개했다.

또 서울 마포구 염리동 한화에너지주유소에 경유를 사러갔던 나모
(63·여)씨는 "값이 4백57원에서 6백18원으로 1백61원이나 올랐다는 사실
을 알고 집에 되돌아가 모자라는 돈을 들고왔다"며 "왜 시민들에게 생활
필수품인 유류값 변동을 사전에 알리지 않았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처럼 시민들의 항의가 빗발치자 통산부측은 "사재기 방지를 위해
취해진 어쩔 수없는 조치였다"고 해명했지만 정유업계의 관계자는 "정부
의 보안 유지로 회사만 욕을 얻어먹고 있다"며 "정보를 미리 입수하는 쪽
만 결과적으로 폭리를 취할 수 있는 여지가 있는 건 사실"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이번 유류가 인상은 지난 17일 정유 5개업체로부터 '환율인
상, 외상수입 등의 어려움이 가중돼 유가를 올리겠다'는 의사를 통보받은
직후인 18일 결정됐는데 통산부측은 이날 유가인상안이 외부에 알려질 것
을 우려해 극도로 보안을 유지하다 19일 0시를 기해 기습적으로 허용했
다.